법제처 유권해석 따라 선정시기 조합설립 직후로 조정 가능성↑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공공관리자제의 적용을 받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 시공사 선정시기가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 직후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조합 운영의 자금난으로 사업이 지연됐던 곳에서 시공사 선정시기 등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제처는 지난 4일 국토해양부가 시·도조례에서 조합이 사업시행인가 후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규정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의에 시공자를 선정할 수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법제처는 질의회신문에서 "도시정비법은 사업 초기의 자금 확보를 원활하게 함으로써 사업활성화를 기하고 조합의 전문성 보완을 통한 사업추진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되어 있던 시공사 선정 시기를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조기화했다"며 "정비사업의 시공자를 사업시행인가 전에 선정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임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토부는 서울시가 시공사 선정시기를 조례개정을 통해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조정한 것에 대해 상위법인 도시정비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해왔다. 공공관리자제는 시공사 선정까지 공공이 관리함으로써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의 오랜 관행인 조합ㆍ시공사간 유착을 끊겠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시공사 선정 시기를 조례개정을 통해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조정했다. 조합설립 후 시공사와 조합 간 커넥션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조합설립까지 서울시에서 자금지원을 하겠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문제는 서울시의 자금지원이 '생색내기'에 그치며 일선 현장들의 불만이 많았다.
조합 추진위 관계자는 "공공이 추진위나 조합 운영비를 지원하게 돼 운영자금 지원이 투명하고 신속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실제로 자금지원이 안 돼 기존에 시공사로 선정된 건설사에 운영자금지원을 요구하는 사업지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번 법제처의 유권 해석이 어느 정도 실효성을 얻게 될지 모르겠으나 지지부진해 있던 사업속도에는 긍정적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대해 서울시는 당황스러운 기색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정법이 국법으로 상위지만 공공관리자제는 조례로 돼 있어 시행규칙에 해당된다"며 "서울시의회에서도 법률자문을 받아 가능하다고 판단해 시행한 것"이라고 난감해 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의회 조차 서울시 조례를 개정해 시공사 선정시기를 앞당기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특히 공공관리자 제도를 도입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퇴하면서 조례 개정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시공사 선정시기를 다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기면 재건축ㆍ재개발 사업 경험이 많은 건설사가 1년 정도 빨리 시공사로 선정돼 사업추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관련업계도 기대하는 눈치다. 업계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시기가 미뤄지면서 수주물량이 급감해 사업추진에 애를 먹고 있다"며 "서울시의회가 연내 서울시 조례를 개정해 시공사 선정시기를 앞당기면 시공사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여 공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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