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어제부터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착수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새해 예산안은 올해보다 5.5%, 17조원가량 늘어난 326조1000억여원이다. 일자리 창출과 복지 관련 예산을 강화하면서도 재정 건전성을 위해 총수입 증가율 9.5%보다 총지출 증가율을 4.0%포인트 낮게 잡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균형재정을 당초 목표보다 1년 앞당겨 2013년에 달성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계산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의식한 정치권의 복지확대 요구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일자리 창출과 고용 안정, 반값등록금 실현, 무상급식 확대, 기초노령연금 인상 등 민생 및 보편적 복지예산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이에 뒤질세라 보육료 및 양육수당, 노인복지 예산 등으로 1조원 증액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한다.
실제로 첫 정책질의가 벌어진 어제 여야 의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비정규직 지원, 보육교사 급여 현실화, 사회안전망 확충 등 복지예산을 늘리라고 정부에 으름장을 놓았다. 나라 곳간을 생각하기보다는 다가올 선거를 의식해 선심성 예산을 짜려는 행태로 보인다. 정부의 긴축기조 의지가 흔들릴까 우려된다.
양극화가 깊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취약계층을 감싸 안을 복지 확대에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시대의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정된 재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스 재정위기의 한 원인이 과잉복지 때문이라는 점을 떠올려 복지를 확대하더라도 감당할 만한 수준을 고민해야 한다. 퍼주기 식의 포퓰리즘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국회는 무엇이 진정 국민을 위한 복지인지, 어떤 부문이 급한지 깊이 있게 따져봐야 한다. 세수 전망과 재정건전성을 짚어보고 국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없는지 살펴보길 바란다. 국회의원들이 진정 복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행동으로 보여줄 일이 있다. 표를 의식한 선심성 지역구 사업을 접는 게 그것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제 국회에서 "글로벌 재정위기가 확대재생산되고 있어 유사시 정책수단으로서 재정 여력을 비축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적절하다. 균형재정 원칙을 지키면서 경기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고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는 예산안을 만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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