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스페셜 > ‘가을, 윤동주 생각’ MBC 금 밤 11시 25분
가을은 윤동주 시인의 계절이다. 그의 가장 아름다운 시 ‘별 헤는 밤’도 “가을로 가득 차” 있던 하늘 아래서 태어났다. 지금으로부터 70년 전인 1941년 11월 5일이었다. < MBC 스페셜 >이 시인의 마지막 생애 3년간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그 “단풍잎 같은 슬픈” 계절과 시인의 이름을 조합한 제목을 붙인 것은 더없이 적절했다. 역사적 인물의 마지막 시절에 대한 재현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윤동주 죽음’ 편처럼 미스터리 구조를 취할 수도 있고 사료에 충실한 연대기식 평전이 될 수도 있지만, < MBC 스페셜 >은 “시인의 숨결”과 그의 시 속 심상으로 가득 찬 서정적인 에세이 같은 다큐로 윤동주를 재조명한다. 시인의 마지막 생을 되짚어가는 여정의 곳곳에 배치된 손때 묻은 유품들과 낙서와 퇴고의 흔적이 남아있는 자필 원고들, 그리고 슬픈 단풍잎과 별들로 가득한 밤하늘과 멀리 등대가 보이는 바다와 같은 이미지들은 시인의 삶과 시의 정서를 마치 시어처럼 함축적으로 전달했다.
방송은 시인의 첫 유학지 도쿄에서부터 교토를 거쳐 그의 최후의 숨이 서려 있는 후쿠오카를 지나 다시 출발지인 도쿄로 돌아오는 구도를 취한다. 그 여정을 함께 한 것은 그의 시를 사랑하고 그 현재적 의미를 되살리려는 일본인들이었다. 그들이 건립하려는 윤동주 기념비의 이름인 ‘기억과 화해의 시비’처럼, 윤동주는 한국의 민족 시인을 넘어 평화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순수하면서도 강인한 시로 승화시킨 위대한 시인으로 재평가된다. 방송은 “그토록 아름다운 시인을 자신들이 죽였다는 참회 위에 한국과 일본이 함께 하는 추모의 마음이 더해질 때” 양국의 새로운 관계가 가능하다고 정리한다. 하지만 그 뒤에 남는 물음은 더 있다. 시와 시인을 말살한 그 폭력의 시절로부터 지금은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그리고 시인은 왜 가장 엄혹한 시절에 다시 살아나는가. 그것이 2011년 현재 윤동주의 시를 다시 읽는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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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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