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정선 기자]
혹자는 프랑스 상파뉴(champagne) 지역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누군들 그러고 싶지 않을까요. 이곳은 대표적인 샴페인 산지입니다. 상파뉴 랭스(Reims)와 에페르네(Epernay) 두 곳에서 생산하는 샴페인을 읊어 보죠. 먼저 랭스에는 크루그(Krug)를 비롯해 뵈브 클리코, 크리스탈(Cristal), G.M 멈(G.M. Mumm)의 와이너리가 있습니다. 에페르네에는 돔 페리뇽(Dom Perignon)과 모엣 샹동(Moet & Chandon), 페리에 주에(Perrier-Jouet)가 있지요. 이름만 읊어도 황금빛 샴페인 기포와 과일 향이 아른거립니다.
그 가운데, 랭스 지역 샴페인 관련, 두 가지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먼저 크루그 소식입니다. 크루그 샴페인은 오뜨꾸뛰르(소수 고객만을 위한 맞춤복) 와인이라고도 합니다. 이러한 비유를 하게 된 경위가 있죠. 크루그는 1843년부터 6대째 포도를 수작업으로 수확합니다. 그리고 15개월 숙성 후 6년간의 숙성 과정, 이렇게 한해 생산되는 크루그는 250병 가량입니다. 세 가지 포도 품종의 50종 빈티지 와인을 블렌딩하는데, 블렌딩할 시기가 되면 흩어져 있던 크루그 패밀리들이 모여 역시 수작업으로 작업을 한다고 합니다. 오뜨꾸뛰르라 할 만 한 것이죠.
크루그는 런던, 도쿄, 브라질, 홍콩 네 곳에 플래그십 레스토랑 ‘크루그 룸’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입장이 불가능한 곳으로 아침, 점심, 저녁 3회 최대 12명만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1인당 최소 60~80만 원 가량의 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홍콩의 경우에는 만타린 오리엔탈 호텔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곳 총 주방장은 크루그에서 영감을 받은 요리를 만드는데 예약을 하고 개인의 기호를 말하면 세세한 조정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매일매일 새로운 요리를 선보인다는 크루그 룸, 창조적인 요리가 진행되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공간 구성인 것도 재미있습니다. 요리를 즐기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3시간, 레스토랑 밖으로 나오면 시차가 느껴지지 않을까 싶은 황홀한 시간일 겁니다.
두 번째 랭스 샴페인 소식, 이번엔 뵈브 클리코입니다. 10월 중순, 해외 기자들이 뵈브클리코 게스트하우스(Hotel du Marc 호텔 뒤 마르)를 방문하고 돌아왔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호텔이라 해도 좋을 이 건물은 이미 1차 세계대전 중 상당 부분 파괴되었던 건물입니다. 고즈넉한 느낌 그대로 운영되다가 약 4년 전부터 차근차근 레노베이션을 시작했다고 하네요.
이곳의 레노베이션을 담당한 이는 브루노 무와나르(Bruno Moinard)입니다. 생소할 수 있겠지만, 브루노 무와나르는 파리의 까르띠에 메종을 작업했던 프랑스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입니다. 칼 라거펠트의 부티크 작업을 하기도 했지요. 우아하면서도 지적인 그만의 색깔이 있는데, 이번 레노베이션의 결과물을 보면 단번에 느낄 수 있습니다.
객실 문 옆엔 뵈브 클리코 관련 인물들의 3D 초상화가 있습니다. 보이는 카펫은 랭스 지역 특유의 땅과 포도의 색깔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뵈브 클리코 라벨을 상징하는 노란색이 있습니다. 늦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갈 때 이 복도를 걷는다면 마치 샴페인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기분일 겁니다.
건물 내에는 곳곳에서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다녀온 기자가 '스파게티'라 부르던 작품입니다. 이 외에도 낮이면 풍성한 음식을 즐기고 밤이면 '힙하게' 완벽 변신하는 바가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무엇보다 뵈브 클리코가 있습니다. 좋은 공기, 아티스트의 손길이 깃든 공간, 풍성한 요리와 함께하는 뵈브 클리코 만찬이라…. 이런 기분 좋은 상상은 말줄임표로 남겨 두겠습니다.
채정선 기자 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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