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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약대신 판권줄게" 글로벌 제약사 '악마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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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K, 동아제약과 합의…공정위 '역지불합의'에 과징금

[아시아경제 김진우 기자]지난 1998년 9월 국내 1위 제약업체인 동아제약은 글로벌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출시한 항구토제 '조프란'과 유사한 복제약 '온다론'을 시장에 출시했다. 시중가격은 처음에 조프란과 비교해 90% 수준으로 판매한 뒤, 이듬해 5월부터는 이 비율을 76%까지 낮췄다.


양사간 치열한 판매경쟁이 벌어지자 GSK는 동아제약에 특허침해 경고장을 발송했고, 동아제약은 이에 맞서 법원에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다. GSK는 결국 1999년 10월 동아제약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양사간 특허분쟁은 닻을 올렸다.

하지만 특허분쟁은 채 6개월이 지나지 않아 합의로 마무리됐다. 동아제약은 온다론을 시장에서 철수하는 대신, GSK의 조프란 판매권과 항바이러스제인 발트렉스 독점판매권 계약을 따냈다. 이에 더해 조프란의 경우 목표판매량의 80%만 달성해도 2년간 매출액의 25%, 3년째는 매출액의 7%를 지급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맺었으며, 발트렉스의 경우 판매량과 관계없이 5년간 매년 1억원씩 지급하는 이례적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양사의 이같은 행위가 역지불합의(Reverse Payment)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역지불합의란 신약특허권자와 복제약사가 특허분쟁을 취하하고 경쟁하지 않기로 하는 대신 신약사가 복제약사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공정위는 이 사례에 역지불합의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적용해 시정명령과 함께 GSK에 30억4900만원, 동아제약에 21억2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김준하 공정위 제조업감시과장은 "양사의 합의로 항구토제 시장에서 저렴한 복제약이 퇴출되고, 경쟁의약품이 진입하지 못하는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했다"면서 "소비자는 저렴한 복제약 대신 고가의 신약을 구입할 수밖에 없게 되고 시장의 평균 약가가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GSK는 "동아제약과 조프란·발트렉스의 판매계약을 체결하면서 특허권을 정당히 행사했다"면서 "법원에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진우 기자 bongo79@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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