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존 코진(Jon Corzine) MF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경제인 출신임에도 뉴저지 주지사를 역임하는 등 정치권에서 ‘외도’를 하다 월가로 돌아온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를 가장 잘 설명하는 수식어는 미국과 전세계 금융계와 경제 관료들의 산실로 불리는 ‘골드만삭스 사단’의 대표 주자라는 것이다. 코진을 비롯해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 차기 유럽중앙은행 총재 내정자인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 등이 모두 골드만삭스 출신이다.
시카고대학 부스 경영대학원(MBA)을 거쳐 뱅크오하이오에서 경력을 시작한 코진은 골드만삭스로 자리를 옮겨 승승장구했고 1994년부터 1999년까지 회장 겸 CEO를 맡았다. 당시 골드만삭스는 창립 129년만에 첫 손실을 내는 등 파산 직전의 상황이었다. 코진은 당시까지 파트너십(무한책임회사) 체제였던 골드만삭스를 기업공개(IPO)를 통해 성공적으로 상장할 수 있도록 토대를 쌓았다. 그러나 1998년 롱텀캐피털 붕괴라는 역풍을 맞았고 헨리 폴슨에게 밀려나 골드만삭스를 떠나게 됐다.
코진의 다음 행보는 정치권이었다. 골드만삭스 CEO 시절 빌 클린턴 행정부와 맺은 인연으로 정계에 진출한 그는 2001년 뉴저지주 상원의원, 2006년 뉴저지주 주지사에 당선됐다. 주지사로서 그의 성적표는 나쁘지 않았다. 주정부 재정을 안정화시키는 한편 보건·교육프로그램도 확대했다. 취임 이후 2년간 그의 지지율은 50%대 안팎을 유지할 정도로 높았다. 그러나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그도 다시 역경에 부딪혔다. 뉴저지주 역시 실업자가 급증하는 등 침체를 피할 수 없었고 지지율은 급락했다. 결국 2010년 중간선거에서 코진은 공화당의 크리스 크리스티 후보에게 패해 재임에 실패했다.
10년간의 정치외도 끝에 코진은 지난해 3월 세계 최대 규모의 상장 선물·옵션 중개업체 MF글로벌의 CEO로 다시 금융계에 복귀했다. 골드만삭스 CEO 출신답게 그는 MF글로벌을 골드만삭스같은 투자은행처럼 만들기 위한 작업을 적극 추진해 왔다. 취임 직후 임직원 수를 3200명에서 2600명으로 줄이는 한편 능력에 따른 보상체제도 정착시켰다.
그러나 코진은 올해 유로존 재정위기가 심화되면서 또다시 난적을 만났다.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MF글로벌 주가도 올해 53% 떨어진 것이다. 월가의 증권업계 자율규제기구(FINRA)는 MF글로벌이 유로존 위기에 따른 국채 익스포저(위험노출도)가 커졌다고 진단하고 지난 8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기준에 따른 자본확충을 권고했다. MF글로벌의 선물옵션거래에는 수익률 급등한 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벨기에· 아일랜드 국채도 포함되어 있다.
이에 대해 코진 CEO와 MF글로벌은 “유로존 국채의 경우 대부분 내년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며 유럽 각국 정부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충 등을 통한 지원을 약속했기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권고에 따라 자본 확충에 나서는 한편 다른 고위험·고수익 거래에서도 철수했다.
아직 MF글로벌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징후는 없다. MF글로벌 미국 사업부는 7월 한달 일시적으로 순자본초과액(규제당국의 요구조건을 기준한 순자본소요액에서 이를 초과하는 자본 규모)이 1억5000만 달러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8월에는 1억6700만달러 플러스로 다시 이를 초과했다. 3월 이후 순자본초과액은 7월 마이너스 기록을 제외하면 1억400만달러에서 1억7000만달러 플러스 범위를 오갔다. 아직까지는 선방하고 있는 셈이다.
숱한 악재 속에서도 거듭 일어섰던 ‘풍운아’ 코진이 특유의 돌파력으로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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