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퇴임 이후 거처할 서울 내곡동 사저 건축 계획을 백지화했다. 이 대통령은 5부 요인과 여야 대표를 초청한 청와대 오찬간담회에서 사저 신축을 전면 재검토하고 퇴임 후 원래 살던 서울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간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백지화 발언에 이어 김인종 경호처장이 신축 논의를 주도해 온 데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함으로써 사저 논란은 일단 봉합되는 느낌이다.
이 대통령이 사저 논란에 대해 서둘러 결론을 내리고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가기로 한 것은 당연하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정치 공세 뿐 아니라 국민들의 시선이 어느 때보다 따갑다는 점을 감안할 때 외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오죽했으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의식한 한나라당 지도부가 백지화를 요구했겠는가. 청와대는 경호 문제 때문이라고 하지만 변명으로 들릴 뿐이다. 사저 신축은 애초 추진하지 말았어야 했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백지화 결론으로 사저 논란이 완전히 불식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백지화로 모든 걸 넘어가기에는 불명확한 의혹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내곡동 사저 부지를 구입한 경위와 방식이 국민의 눈으로 볼 때 무리한 점이 많았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이 퇴임 후 살 집을 아들 명의로 구입했다는 것부터가 부적절했다. 9개 필지 가운데 3개 필지는 아들과 대통령실 공동소유라는 것도 쉬 이해하기 어렵다. 아들 시형씨는 공시지가로 싸게 사고 경호처는 공시지가의 4배로 비싸게 산 이유도 불분명하다. 실명제 위반에 편법 증여, 국가 예산 전용 등 의혹이 꼬리를 무는 이유다.
청와대 측은 "내곡동 사저 및 경호부지 매입과정에서 실수나 오해가 있어서지, 그 과정에서 비리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들 눈에는 '10.26 보선'을 의식해 우선 당장 불부터 끄고 보자는 것으로 비친다. 실수나 오해가 있다면 확실하게 밝히고 그런 연후에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게 도리다. 이 대통령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만 할 게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진정성 있는 해명을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사저 신축 계획을 누가 추진했는지,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누구에 의한 것인지 등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경호처장 한 사람의 사의 표명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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