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호창 기자]회계 부실 문제로 장기간 거래가 정지되며 투자자들의 애를 태워 온 중국고섬의 퇴출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거래소는 14일 중국고섬이 싱가포르 거래소(SGX)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에서 '의견 거절'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중국고섬은 국내 증시에서 상장 폐지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상장 폐지 여부를 아직 확신할 수는 없다. 한국거래소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기한이 아직 남았고, 양국의 외부 감사인도 달라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중국고섬이 오늘 싱가포르에 제출한 보고서는 국내 증시에선 효력이 없고, 오는 24일까지 한국거래소에 제출하는 보고서가 상폐여부 판단의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SGX에 제출된 보고서의 감사인은 '언스트앤영(Ernst & Young) 싱가포르'이고, 국내 감사인은 한영회계법인으로 다르다"며 "따라서 감사의견이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리고, 가능성은 낮지만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중국고섬의 상폐 여부는 거래소에 사업보고서가 제출된 후에야 결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싱가포르에서 낸 감사의견을 한영회계법인이 뒤집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사실상 중국고섬이 퇴출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고섬은 지난 1월25일 싱가포르에 상장된 원주를 해외주식예탁증서(DR) 형태로 2차 상장하는 방식으로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해 1932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대우·한화증권이 각각 대표주관·공동주관사를 맡았고, HMC·IBK투자증권은 인수사 업무를 담당했다.
하지만 상장 2달만인 지난 3월22일 원주가 상장된 싱가포르 거래소에서 주가 급락 후 거래가 정지됐고, 다음날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예탁증서도 거래가 중단됐다.
이후 거래정지 이유가 회계부실 문제인 것으로 밝혀졌고, 특별감사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중국고섬 자회사의 은행잔고 총액이 재무제표에 비해 10억700만위안(약1650억원) 부족한 사실을 밝혀냈다. 사라진 금액에 대한 특별감사가 계속되면서 중국고섬의 주주총회는 세 차례나 연기됐다.
거래 정지가 장기화되자 중국고섬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이 부실 실사 등을 이유로 거래소 등을 상대로 19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550명이 넘는 소액주주들이 소송에 참여했으며 거래소와 대우·한화증권 등 상장 주관사, 외부감사를 맡은 한영회계법인이 피고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호창 기자 ho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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