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머빈 킹 영국중앙은행 총재(BOE)가 유럽 정부의 재정위기 해결 능력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6일(현지시간) BOE가 유럽의 바이러스(재정위기)에 대응해 조치를 취한 것은 킹 총재가 유럽에 대한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유럽 정부가 재정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영국으로 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과감한 행동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BOE는 6일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하고 향후 4개월간 750억파운드 규모의 양적완화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킹 총재는 "이번 조치는 사상 최악의 금융위기가 될 수 있는 것에 대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경제는 둔화되고 있다"며 "미국도 둔화됐고 중국도 둔화됐으며 특히 유럽 경제가 둔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둔화는 현 시점에서 경기 회복을 꾀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그래서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영국 경제도 분명 둔화되고 있다. 영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0.1%에 그쳤고 때문에 부양책을 써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영국의 지난 8월 물가상승률은 4.5%를 기록해 BOE의 억제 목표치인 2%를 2배 이상 웃돌았다. 추가 부양책은 인플레를 자극해 오히려 경제에 독이 될 수도 있다. 전날 BOE의 결정이 과감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아울러 BOE의 과감한 결정은 킹 총재가 유럽에 대한 신뢰를 상실해 더 이상 유럽 정부를 기다리지 않을 것이며 또한 유로존이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위험에 대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BOE에서 일했고 현재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에서 이코노미스트를 활동하고 있는 리처드 바웰은 BOE의 결정에 대해 "유럽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신뢰가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준 표결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BOE가 양적완화를 결정한 것에 대해 "재정위기 바이러스가 이미 영국에 존재하기 때문에 BOE가 대응에 나서야만 하는 상황이었거나 혹은 BOE가 재정위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지 않고 있기 때문이거나 둘 중 하나"라고 전제한 뒤 "양적완화 규모를 감안하면 나는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헤지펀드 GLC의 스티븐 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외부 환경은 분명 어두워지고 있다"며 "왜 영국이 유럽이 함께 행동하기를 기다려야 하느냐"며 반문했다. 그는 "BOE는 옳다"면서 "과감하지만 훌륭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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