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증시가 요동을 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수익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들의 약점을 노린 '설(說)'이 증권가를 어지럽히고 있다. 5일 건설주가 폭격을 맞은 것도 해외수주 위축설 등 루머의 영향이 컸다. 시장이 불안할수록 호재성이든 악재성이든 확인되지 않은 재료와 루머가 증시를 떠돈다.
일반적으로 증권가 설(說)의 열에 일곱은 사실무근으로 끝난다. 그나마 개연성이 높은 설조차 당초 전해진 것보다 크게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백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설이 공시를 통해 몇 년에 걸쳐 일부 부품만을 공급하는 계약으로 드러나는가 하면, 혁신적인 신약이 발표될 예정이라고 알려졌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지는 등 일일이 따지기 힘들 정도다. 잔뜩 부풀려진 증권가 설을 믿고 뒤늦게 뛰어든 개미투자자들은 재료가 노출되는 순간부터 투전판의 희생자로 전락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설거지(?)를 당했다'라고 표현한다.
최근에는 증권사의 기업보고서가 증권가에 떠도는 설을 부추기면서 이를 믿은 개인투자자는 물론 해당 기업에 피해를 주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달 29일 한국항공우주 '인수합병(M&A) 설'과 관련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지난 5일에도 상당 부분을 할애해 시장에 떠도는 인수후보 기업을 언급하는 등 기업보고서라고는 납득하기 어려운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았다. 인수합병설이 증권사 기업보고서에 등장한 5일 한국항공우주의 주가 변동폭은 10%포인트에 달했다.
해당 기업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 회사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언급된 사안이기는 하지만 인수합병 가능성을 떠나 단순히 설로 존재했던 내용이 메신저가 아닌 기업보고서에 다뤄지면서 적지 않게 당황했다”고 말했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글로벌 증시가 어수선하다. 체력이 좋아졌다던 한국 증시도 2008년 리먼 사태 못지않게 출렁이고 있다. '설거지'를 당하지 않으려면 투자자들이 좀 더 신중해져야 하지만 공신력을 기반으로 하는 증권사가 루머를 확대 재생산하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있어서는 안 된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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