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이젠 기름값 논란이 좀 줄어들지 않겠어요?”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퇴진을 지켜본 정유사 관계자의 말이다. 비록 예상치 못한 정전으로 인한 사퇴지만 고유가로 갈등을 빚어온 정부와 정유사의 관계를 감안하면 숨통이 좀 트인다는 표정이었다. 과연 기름값 논란이 끝날 수 있을까?
지난 1월 최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정유사와 주유소를 상대로 기름값 인하를 압박하는 공격적인 업무 추진 방식을 고수했다. 그는 회계사 경력을 살려 직접 적정 기름값을 계산했고, 주유소 마진도 샅샅이 살폈다. 그러나 '폭리'의 결론 대신 정유사는 3개월간 가격할인으로 수천억원대의 손실만 봤다.
또 해외로 눈을 돌려 일본산 휘발유 수입을 추진하다 최근 사실상 포기했으며, 대안(알뜰)주유소 도입으로 기존 주유소 업주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떠나는 그의 뒷모습에 정유, 주유업계가 안도하는 모습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는 공급을 늘려 가격을 낮추겠다는 구상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상반기 4개 정유사의 휘발유 생산량은 5755만배럴로 국내 소비량인 3260만배럴을 훌쩍 넘어섰으며, 주유소도 전국 1만3000여개로 포화상태다.
공급을 늘리면 가격이 내릴 것이라는 교과서적인 대응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하루 빨리 깨달아야 할 것이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담긴 석유시장 거래가격 공개 확대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 가격공개로 인해 석유 수출시 가격 협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대표적 수출 효자품목인 석유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또 물가인상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름값 해법을 마련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기름값을 낮추기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게 골자다.
최근 기름값이 환율로 인해 다시 오르는 추세다. 서울시내 기름값도 2000원을 넘은지 80여일이 이어지고 있다. 최 장관은 떠났지만 기름값 숙제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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