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종로구(구청장 김영종)가 ‘희망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 저소득 주민들이 인문학을 통해 자립의 의지를 키우게 한다.
종로구 자활공동체 ‘청소이야기’공동대표로 청소용역사업을 하고 있는 지기원(50)씨는 남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게 생활하던 30대 초반, 갑자기 홀어머니가 사망했다. 소심하고 자신감 없는 성격이었던 지씨에게 갑자기 닥친 어머니와의 이별은 큰 충격이었다. 잦은 결근을 반복하다 결국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게 됐고 삶의 의욕과 자신감은 점점 더 사라지고 말았다. 허전한 마음을 술과 담배에 의지해 건강도 급속도로 악화되고 모아두었던 돈도 모두 탕진해 노숙자로 전락했다.
그렇게 40대 중반까지 노숙, 노숙자 쉼터를 전전하던 어느 날 우연히 자활근로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자활센터에 발 디디게 됐다. 그리고 자활센터 담당자로부터 ‘희망의 인문학’수업을 권유받았다.
지씨는 그때부터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생소하기만 했지만 세상과 잘 소통하고 세상과 더불어 그 속에서 적극적으로 살아갈 힘이 정신의 힘, 인문학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수업이 즐거워졌다. 가끔 하늘도 보고 옆 사람도 쳐다보며 주변에 대한 애정을 키워나가다 보니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삶과 희망, 꿈에 대한 애착이 생긴 것이다.
‘나도 잘 살 수 있다!’
그저 그렇던 인생이 마음에서부터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삶의 목표가 생겼기에 열심히 일도 하고 미래를 상상하며 땀을 흘렸다.
어느덧 희망의 인문학 강의를 들은 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자활근로 청소사업단에서 참여 중이던 지씨는 드디어 지난 26일 종로구청으로부터 자활공동체 인정을 받아 청소용역업체 창업을 했다.
지씨는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희망의 인문학 강의는 저를 바꾸어놓았다"면서 "앞으로도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고 청소 일도 열심히 해서 경제적 자립도 이루고 내가 꿈꾸는 목표를 향해 한 발씩 전진하는 기쁨의 꿈을 계속 꾸겠”고 말했다.
종로구(구청장 김영종)가 올 3월부터 저소득 주민들을 대상으로 희망의 인문학 강좌를 운영해 기존 일시 보호 차원의 지원방식을 벗어나 상대적 박탈감을 극복하고 정신적 빈곤을 탈피해 건강한 사회인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희망의 인문학 강좌는 노숙인, 자활사업 참여자 등 저소득 주민을 대상으로 역사, 문화, 철학 등 인문학 중심의 기본강좌 이외 연극·영화·뮤지컬 관람, 문화유적지 순례 등 다양한 문화체험, 특강 등으로 저소득 주민의 자아 존중감 회복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올 3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화, 목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2시간동안 종로구 효제동 소재 종로지역자활센터 교육장에 대학교수가 직접 출강해 진행하고 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저소득 주민을 위한 경제적·물질적 지원 뿐 아니라 정서적·문화적 지원도 다각도로 모색해 삶의 비타민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종일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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