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유럽이 내놓을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제 상승 출발해 장중 한 달 내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던 뉴욕 증시가 27일(현지시간) 상승 마감했다.
다우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46.83(1.33%)포인트 오른 1만1190.69로 거래를 마쳤다. S&P500 지수는 12.43포인트(1.07%) 상승한 1175.38에, 나스닥 지수는 30.14포인트(1.20%) 뛴 2546.83에 장을 마감했다.
◆유럽 기대감으로 장중 한 달 내 가장 큰 폭 상승세=일제 상승 출발한 이날 뉴욕 증시는 한 달 만에 가장 큰 상승세를 보이며 장중 거래를 이어갔다.
제임스 더니건 PNC 웰스 매니지먼트 투자 담당자는 "유럽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만약 우리가 경기 침체에서 한 발 떨어지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 의회 부동산 특별세 통과가 힘 보태=이날 그리스 의회는 부동산 특별세 도입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55표, 반대 142표로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채무불이행을 피하려 세운 적자 감축 목표에 그리스가 한 걸음 더 가깝게 다가선 셈이다.
그리스 정부는 최근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트로이카'와 합의를 거친 뒤 재정 적자 목표 달성을 위해 부동산 특별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EU 등이 추가 지원을 받으려면 긴축안을 더 내놓아야 한다고 압박한 데 따른 것이다.
그리스 의회는 이날 부동산 특별세와 더불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도 승인했다.
그리스 의회의 이 같은 움직임은 유럽 부양 기대감과 더불어 뉴욕 증시를 상승세로 이끈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국 주요 경제 지표는 글쎄..회복 아직 멀었다=뉴욕 증시는 상승 출발, 상승 마감했지만 이날 발표된 미국 주요 경제 지표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미국 주택 시장과 소비 심리가 회복세에 들어서려면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뉴욕 개장 전 발표된 7월 미국 S&P/케이스쉴러 20개 주요 도시 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대비 4.11% 하락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인 -4.4% 보다 하락폭이 좁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주택 시장이 시기상 활기를 띠는 것일 뿐, 안정적인 회복에 이르기엔 아직 멀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압류 주택에 대한 조사가 늦어지면서 최근 몇 달 동안 주택 가격이 안정화되긴 했지만, 아직까지 주택 시장이 완전한 회복세로 들어선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데이비드 블리저 S&P 지수 위원회 의장은 "주택 시장은 아직까지 바닥을 치는 상황이며,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7월 미국 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에 이어 발표된 미국 9월 소비자신뢰지수가 45.4를 기록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인 46.0을 조금 밑도는 것이며, 큰 폭으로 하락했던 지난달 44.5보다는 소폭 오른 수치다.
전문가들은 수치만으로 봤을 땐 소비 심리가 상승세인 듯 보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침체기에 머무는 노동 시장 등을 감안하면 소비 심리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아섰다고 보기엔 무리라고 지적했다. 7월에 비해 일자리는 8만5000개가 늘었지만 급여 현황은 변함이 없고, 실업률 역시 9%대에 머무는 노동 시장 상황이 미국인들의 소비 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애론 스미스 무디스 수석 연구원은 "9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상승한 건 지난달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을 만회했다는 의미에 그친다"며 "휘발유 값이 긍정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소비 심리를 끌어올려 줄 촉매제가 될 만한 요인은 어디에도 없다"고 설명했다.
위축된 소비 심리는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제 상황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마크 파커 나이키 최고경영자(CEO)는 이와 관련해 지난 22일 "전 세계가 마주하고 있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소비 심리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 국제유가도 유럽 기대감에 '급등'..WTI 4개월래 최고=유럽 부양 기대감에 그리스 의회 부동산 특별세 통과 등이 더해지면서 이날 국제유가는 상승 마감했다. 특히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4.21달러 오른 배럴당 84.45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런던 ICE 선물시장 11월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 대비 3.19달러 뛴 배럴당 107.14달러에 거래됐다.
6월 말 이후 11% 가까이 떨어진 WTI는 유럽 부양 기대감, 그리스 의회 부동산 특별세 통과 등 호재 덕분에 이날 5월9일 이래 가장 크게 올랐다. WTI는 이번 달에만 4.9%, 올해로 따지면 7.6%가 떨어진 상황이었다.
애디슨 암스트롱 트레디션 에너지 시장 조사 담당자는 "갑자기 모두가 유럽을 장밋빛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만약 유럽이 그들이 해결해야 하는 수 많은 문제들 가운데 단 하나만이라도 실패한다면 그 다음날 아침 유가는 80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유럽이 내놓을 부양책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과 기대가 크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최근 유럽 정부가 책임이 있는 어떤 대책을 빨리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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