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에 부담 커져
[아시아경제 정호창 기자]대한전선이 예상치 못한 글로벌 급락장세의 여파로 주가가 급락해 지난 3월 발행한 대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행사가액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BW 투자자 입장에선 투자매력이 높아질 수 있는 기회인 반면, 기존 주주 입장에선 잠재물량부담(오버행 이슈)이 커져 부담인 상황이다.
대한전선은 지난 3월21일 기존 차입금 상환과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250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했다. 발행시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은 5240원으로 결정됐으며, 추후 주가 하락에 따라 3개월 단위로 행사가 조정(리픽싱, Refixing)이 가능한 옵션이 붙었다. 이에 따른 행사가 첫 조정일은 지난 6월21일이었으며, 오는 21일 두번째 조정일을 맞게 된다.
문제는 지난 첫 조정일과 달리 현재 대한전선 주가가 크게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21일 6490원으로 행사가보다 20% 이상 높았던 대한전선 주가는 현재 4270원(15일 종가 기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따라서 이번 조정일에는 행사가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대한전선 주가를 고려하면 새 행사가는 4000원대 초반으로 결정돼 당초보다 1000원 가량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당초보다 신주인수권 행사가능 주식수가 늘어나 대한전선의 잠재적 매물 부담이 높아지게 된다. 발행시 행사가(5240원) 기준 4770만주 가량이던 잠재물량은 행사가격이 4300원으로 낮아질 경우 5814만주로 불어나 당초보다 1000만주 이상 늘어나게 된다. 이는 현재 대한전선 총발행주식수(보통주 기준 1억5120만주)의 38.5%에 달하는 양이다. 행사가격이 리픽싱 한도인 3930원까지 낮아질 경우에는 잠재물량이 6361만주까지 커진다.
대한전선은 최근 몇년간 내핍경영과 알짜자산 매각 등에 힘쓰며 재무구조 개선에 매진해 왔고, 올들어 실적도 좋아지고 있어 주가 상승과 기업가치 회복에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BW 발행 당시만 해도 리픽싱으로 행사가액이 이처럼 크게 낮아질 가능성은 예상치 못했다.
이번 행사가 조정으로 커진 오버행 이슈는 앞으로 대한전선 주가 상승에 계속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행사가액이 역대 최저가 수준이므로 BW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커져 주가 상승기마다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주인수권 행사율이 높아지는 것이 꼭 악재는 아니다.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BW가 행사되면 부채가 줄고 그만큼 자본은 커져 재무건전성이 높아진다"며 "장기적으론 오히려 주가 상승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오버행 이슈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현재로선 회사나 대주주의 신주인수권 매입 등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호창 기자 ho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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