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60년 넘게 나무만 생각하던 회사였다. 새로운 일을 하고 싶었고, 찾아야만 했다. 나무를 갖고 하는 일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여겼다. 국내 대표 목재기업 동화는 새 성장동력으로 자동차를 택했다. 회사에겐 물론 평생 나무에 묻혀 살던 2세 경영인 승명호 동화홀딩스 회장에겐 낯설기 만한 사업인 셈이다.
주위에선 의아해했다. 도대체 나무와 자동차가 무슨 연관이 있기에. 결론부터 말하자면, 관련이 없다. 그러나 회사가 가진 자산을 최적화해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자동차라고 판단했다. 회사의 터를 닦은 인천에서, 그리고 공장을 옮긴 후 남은 부지를 효율적으로 쓰기엔 자동차 중에서도 중고차 거래사업이 충분히 통할 만하다고 본 것이다.
정대원 동화오토앤비즈 대표(사진)는 "부가가치가 낮은 기존 부지를 어떻게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선진화된 자동차 거래사업을 시작할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30일 찾은 인천 서구 가좌동 엠파크는 이같은 구상의 첫 결실이다. 이 지역 일대 중고차 매매상사 150여개를 한데 모아 고객접근성을 높였고, 같은 건물에 차를 직접 볼 수 있는 전시장과 시승트랙도 갖췄다. 타워형 복합단지와 5분 거리에 있는 전시장을 모두 합하면 15만㎡, 7000대 차량을 한번에 전시할 수 있다. 국내서 중고 매매상들이 가장 많이 모인 장한평의 경우 60여개 상사가 모여 있다.
중고차 거래 시 빠트릴 수 없는 행정업무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인근 지자체에서 출장민원실을 꾸렸고 허위매물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차량입출고 관리시스템도 갖췄다. 정 대표는 "매매업무는 물론 자동차와 관련된 체험ㆍ문화공간을 함께 갖춘 진일보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집적형 사업모델은 국내는 물론 해외서도 흔치 않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일본이나 미국 등 자동차 시장이 훨씬 큰 국가에서도 개별사업자나 가맹영업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국내서도 일부 대기업이 온라인 위주로 중고차 거래를 활성화시키고 있지만 오프라인에 최적화된 사업모델은 동화가 처음이다.
이 회사 신현도 상무는 "새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08년부터 다양한 국내외 현장을 다녀왔지만 뚜렷히 벤치마킹한 모델은 없다"며 "인천항이 국내 중고차 수출의 70% 가까이를 맡고 있는 점을 감안해 향후 해외시장까지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국내 중고차 거래시장은 아직 태동기에 가깝다. 지난해 기준 국내서 판매된 신차가 150만대 수준인데 비해 중고차 거래는 200만대 수준. 미국시장의 경우 중고차 거래시장이 신차의 2.5배 가까운 점을 감안하면, 국내 역시 앞으로 성장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회사측은 내다 봤다.
정 대표는 "정식으로 등록된 사업자를 통해 거래하는 물량이 전체의 절반 수준"이라며 "이번에 선보인 사업모델처럼 투명거래를 앞세울 경우 시장에서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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