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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은의 달구벌일기①] 저, 태극마크 달았어요!


여자 프로농구에서 육상으로 종목을 바꾼 혼혈선수 장예은(24·김포시청)이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고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장예은은 육상을 시작한 지 3년 만인 지난 6월 전국육상경기대회 800m서 처음으로 국내 정상에 오르며 기대주로 떠올랐다. 이번 대회 출전 종목은 여자 계주 1600m. 세계적인 선수들 사이에서 메달 꿈은 잠시 접어뒀지만, 처음 밟는 국제대회는 그를 마냥 설레게 한다. 스포츠투데이는 갖은 시련을 딛고 오뚝이처럼 일어서 마침내 세계 무대에 도전하는 장예은의 유쾌한 달구벌 일기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꿈에 그리고 간절히 원했던 태극마크가 내 왼쪽 가슴에 붙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이다. 내 이름과 태극마크가 함께 새겨진 출입증 카드(사진)도 받았다. 기분이 너무 좋아 기념으로 사진도 찍어 놓았다. 어제(24일) 선수촌 첫 훈련에 들어갔다. 별로 힘든 줄도 모르게 끝났다.

지난 5일 감독님(김원협 김포시청 감독)께 국가대표가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어안이 벙벙했다. 좋다, 기쁘다, 이런 느낌도 없었다. 그저 멍한 기분이랄까. 며칠 전부터 동료들이 "예은아, 너 대표팀에 갈 거같아" 라고 귀띔해줬지만 100% 거짓말인 줄 알았다.


세계무대에 서는 게 꿈이긴 하지만 빨라야 내년 런던올림픽이라고 생각했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않았다. 감독님께 대표팀 합류 소식을 듣고 엄마에게 전화했더니 막 우셨다. "고맙다, 잘했다" 하시며 계속 우셨다. 그제서야 '아, 내가 국가대표가 됐구나. 내 꿈이, 엄마 꿈이 이뤄졌구나' 실감이 됐다.

선수촌은 태어나서 처음 들어가 봤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사상 처음으로 만들어진 선수촌이라는데, 과연 어떨까. 농구할 때부터 합숙은 많이 해봤지만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이는 선수촌은 처음이다. 선수촌 방도, 식당도, 휴게실도, 모두 내겐 첫 경험! 김포시청 동료 오세라를 비롯해 이하늬, 박성면, 우유진, 서인애 등 1600m 계주 6명이 모두 한 방을 쓴다. 왠지 재미있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한다.


입촌한 날 저녁 처음으로 선수촌 식당에 갔다.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가득! 그런데 우리나라 선수들보다 외국 선수들이 내가 한국 국가대표라는 사실에 더 놀라워 한다. 외국 선수들이 날 가리키며 "코리아, 코리아" 하며 신기해 한다. ㅠ.ㅠ 하긴 뭐, 내 포스가 보통 포스는 아니니 놀랄 만은 하지. ^_^


성별 논란을 일으켰던 육상스타 세메냐(남아공)도 식당에서 만났다. 언뜻 남자같아 보이긴 하지만 나름 귀엽게 생긴 얼굴이었다. 털모자를 쓰고 밥을 먹고 있었다. 우리는 "더운 나라에서 와서 대구가 추운가?" 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첫 선수촌 경험이라 첫날 저녁은 산책 삼아 PC방, 당구장, 휴게실, 편의점 등을 모두 둘러봤다. 모든 게 다 신기하다. 잠자리에 누웠다. 태극마크가 자리할 내 가슴에 가만히 손을 올려본다. 태극마크의 무게는 확실히 무겁다. 하지만.. 이상한 힘이 있다. 왠지 더 잘 뛸 거 같은 자신감이 마구 샘솟는다. 이게 선배들이 말한 태극마크의 힘이고 정신력이고 애국심인가보다. 그래, 이 힘으로 파이팅 외치며 열심히 뛰는 거야! 예은아, 넌 할 수 있어!



정리=조범자 기자 anju1015@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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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범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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