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전세 살까? 차라리 집을 살까?'
계속되는 전세난에 실수요자들의 고민이 깊다. 좀처럼 수그러들지 모르는 전셋값이 급기야 집값의 절반 이상 수준으로까지 올랐다. 전세를 계속 살기에는 가격 부담이 크고, 그렇다고 집을 사자니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을 떨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흔히들 시장에서는 전세가율이 집값의 60%까지 올랐을 때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전환된다고 본다. 현재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50.1%로 지난 2006년 이후 최고치다. 이미 지방에서는 70%를 넘은 지역도 상당수다.
일각에서는 향후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이 되면 매매로 돌아서는 전세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올 하반기 서울시내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지에서 이주수요만 1만6000여 가구가 몰려있는 데다 입주물량도 예년보다 40% 가량 줄어든 상태다. 이같은 '가을철 전세대란'을 피하기 위해 내집마련을 고심하는 수요자들이 늘 수밖에 없다. 실제로 2억원대 이하의 중소형 아파트 위주로 매매수요가 늘고 있다.
김은진 부동산1번지 팀장은 "이미 강북이나 수도권 외곽지역의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는 전세와 매매가 가격차이가 별로 크지 않기 때문에 매매로 돌아선 수요자들이 꽤 된다"라며 "과거에도 전셋값이 매매가를 끌어올리는 사례가 적잖아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의 시장 분위기에서는 전세시장과 매매시장이 따로 움직이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전세난이 매매가 상승을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란 견해도 많다. 근본적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전세시장은 실수요에 의해 움직이는 한편 매매는 실수요뿐 아니라 가수요가 있어야 시장이 움직인다. 주택가격이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이상 전셋값 급등에 따른 매매로의 전환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선 전셋값 후 매매가'라는 공식이 요즘은 통하지 않는다"라며 "2008년 이후 지방은 주택가격이 다소 올랐지만 수도권은 집값 회복이 더디다. 전세가율이 높다는 얘기는 담보대출을 통해 전세를 끼고 내집마련이 쉽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현재 집값 상승률이 정체돼 있어 전세수요를 끌어오지 못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외적인 요인들도 악재다. 최근의 미국 및 유럽의 재정위기가 국내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는 것이다. 오히려 수요자들이 차라리 비싸게 전세를 주고서라도 매매를 꺼리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예측가능하다.
김인만 굿멤버스 대표는 "하반기 전세가격 상승은 불가피한 상황인데 여기에 경기침체 공포로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되면서 그나마 매매를 하려던 수요자들까지 전세수요로 돌아설 경우 불 난 집에 기름 뿌리는 상황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