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증가율 가이드라인보다 15배 높아…대출공급 차질 불가피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전세난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시중은행들의 자체 전세자금대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전세난이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 전세자금대출 수요도 많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가계부채 완화라는 난제를 풀어야 하는 금융당국과 은행들이 가계대출 억제에 나선 상태여서 가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기업·하나은행 등 5개 주요 은행의 자체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4조1270억원으로 전월보다 8.8%(3331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이 0.4%(9098억원) 늘어난 데 비해 증가율이 22배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주문한 가계대출 증가율 가이드라인인 0.6%보다도 15배 가량 높다.
이달에도 지난 17일까지 5개 은행의 자체 전세자금대출은 939억원 늘었다. 농협의 경우 이미 이달 가계대출 증가율이 0.7%로 가이드라인을 넘어섰고 우리·신한은행도 증가율이 0.5%로 목전까지 찬 상태다. 향후 은행들의 자체 전세자금대출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은행들은 정부에서 운영하는 국민주택기금을 통한 전세자금대출 외에 자체 자금으로 전세자금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대출은 국토해양부가 운영하고 우리·신한·농협·기업·하나 등 5개 은행이 수탁하고 있다. 때문에 은행 가계대출로 잡히지 않지만 자체 전세자금대출은 은행 가계대출로 잡힌다. 금융당국의 관리대상인 셈이다.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지난달 말 잔액이 10조5694억원으로 전월말보다 오히려 6.5%(7330억원) 줄었다. 다만 이달 들어 12일까지 801억원이 늘었다. 이처럼 지난달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대출은 줄어든 반면 시중은행 자체 전세자금대출이 늘어난 것은 국민주택기금 적용 대상이 아닌 가구가 전세자금대출을 은행에서 받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주택기금의 경우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에 대해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은행 자체 전세자금대출은 이 같은 제한이 없다.
주요 은행들의 자체 전세자금대출이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말 현재 1.4%로 미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전세자금대출 증가액은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의 22.8%를 차지했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의 4분의 1 가량이 전세자금대출로 나간 셈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전세난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은행들이 전세자금대출 공급을 원활히 하지 않는다면 서민경제 악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들도 전세자금대출은 가계부채 총액관리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전세자금대출이 크게 늘고 있는데 이들은 실수요자인 만큼 가계대출 억제 가이드라인 대상에서 빼 대출이 막히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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