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치열해진 저가 항공 업계의 경쟁은 그 만큼 저가 전략이 업계에서 승부수를 던질만 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부 퍼시픽은 간소하고 안정적인 운영 원칙에 따라 치열한 경쟁이라는 난관을 해쳐 나갈 것입니다."
세부 퍼시픽의 란스 고콩웨이(Lance Gokongwei·43세) 최고경영자(CEO)는 22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아시아 항공업계에 저가 바람이 심하게 불고 있어 점점 업계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타이항공, 전일본공수(ANA), 싱가포르항공이 최근 몇 달 동안 저가 항공사로의 위치 전환을 선언한데 이어 지난주에는 호주 항공사 콴타스와 일본항공(JAL)이 합작 저가 항공사인 제트스타 재팬을 2012년 공식 취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미 저가항공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라이언 에어, 싱가포르 타이거 에어, 말레이시아 에어아시아와 새로운 경쟁구도를 갖추게 됐다. 필리핀의 세부 퍼시픽도 저가항공 시장에 새롭게 명함을 내미는 이들과 맞서 싸워야 하는 입장이다.
새로운 경쟁자 등장에 위협을 느끼냐는 질문에 고콩웨이 CEO는 "일반 항공사가 저가 항공사 모델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은 흔치 않은 경우"라며 "일반 항공사와 저가 항공사의 DNA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승산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5~10년 후 항공 업계는 저가항공사가 일반항공사 보다 시장점유율을 늘리는데 더 유리한 쪽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에서는 신흥시장의 빠르게 늘어나는 부(富)를 바탕으로 관광산업이 확대되고 있지만 그 만큼 경쟁도 치열해져 항공사로서는 항공 티켓 가격을 인하하는 제 살 깎기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게다가 항공 연료 가격은 오를 대로 올랐고 하반기 세계 경제 성장 둔화 우려까지 겹친 상황이어서 항공업계의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이 때문에 고콩웨이 CEO는 회사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 과제가 끝까지 저가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고콩웨이 CEO는 "회사 운영에 따른 비용 지출의 절반 정도가 연료값으로 나갈 정도로 연료값 부담은 크다"며 "유류할증료를 받거나 부수적인 매출을 늘리는 식으로 효율성을 개선하고 에너지 외 비용 지출을 줄이는 노력을 통해 어려움을 헤쳐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저가항공사들이 그동안 회사를 성장시키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저가' 원칙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좌석을 마련하고 추가의 고급 서비스를 시도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저가 항공사의 기본을 이탈하게끔 하는 유혹들이 있지만 우리는 간소하고 안정적인 운영 원칙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콩웨이 CEO는 "세부 퍼시픽이 신규 노선 취항 보다는 기존 노선의 항공기 운항 횟수를 늘리는 쪽으로 회사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지난 6개월 동안 우리는 싱가포르, 쿠알라 룸푸르, 방콕 노선 운항 횟수를 늘리는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세부 퍼시픽은 아버지 존 고콩웨이가 명예회장으로 있는 JG서밋그룹을 최대주주로 1996년 설립된 이후 2001년부터 국제 항공 노선을 운항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필리핀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회사는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현재 매출을 두 배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고콩웨이 CEO는 "필리핀 경제성장에 따라 향후 5~10년 안에 필리핀인들의 항공 이용은 2~3배 늘어날 것"이라며 "오는 9월부터 2021년까지 53대의 새 항공기를 추가로 들여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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