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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의 육상톡톡]은·동 반씩 섞인 장대높이뛰기 메달

장대멀리뛰기에서 비롯된 장대높이뛰기의 유래


반쪽은 은이고 다른 반쪽은 동인 희한한 올림픽메달이 일본에 두개 있다. 어째서 이런 메달이 존재하는 것일까?


손기정이 마라톤을 제패한 1936년 베를린올림픽 장대높이뛰기 결승에서 미국의 메도우스는 4m35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은메달과 동메달은 가려지지 않았다. 일본의 니시다 슈헤이와 오오에 스에오가 똑같이 4m25를 기록했다. 그날 경기장에는 비가 내렸다. 경기시간이 6시간을 넘으며 기온도 뚝 떨어졌다. 대기선수들이 담요를 두르고 있어야 될 정도로 쌀쌀했다. 두 선수는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대회본부는 이내 두선수가 너무 피로해있을 뿐 아니라 같은 나라선수이니 2, 3위는 일본선수단이 결정하라고 맡겨버렸다. 올림픽경기의 순위를 선수단에게 맡긴다는 것은 지금 같으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니 정말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다.

일본선수단은 지난대회(1932년 로스앤젤러스) 은메달리스트인 니시다를 2위, 그리고 오오에를 3위로 결정해서 대회본부에 보고했다. 그러나 2,3위 결정전을 치르지 않고 은메달을 차지하게 된 니시다는 오오에를 간곡히 설득, 일본에 귀국한 뒤 보석상에서 두 메달을 반씩 쪼개기로 했다. 은과 동이 반반씩 섞인 메달을 만들어 올림픽의 추억과 우정을 메달에 담아 고이 간직했다.


장대높이뛰기의 기원은 나무막대기를 사용해서 작은 개울을 뛰어넘거나 성벽을 오르는데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경기는 16세기만 해도 높이를 겨루지 않았다. 장대를 짚고 몸을 얼마나 멀리 날렸는지 그 거리를 측정했다. 장대멀리뛰기였던 셈이다. 이 경기가 당시 유럽 각지에서 널리 치러졌다는 기록은 옛 문헌 등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높이를 겨루는 장대높이뛰기는 18세기부터 유럽 여러 곳에서 시작됐으나 정식으로 육상경기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19세기에 들어서였다. 나무로 된 장대를 사용했으나 그때는 장대 끝에 금속제의 세발(요즘 지팡이에서 가끔 볼 수 있음)이 달려있었다. 지금처럼 장대를 멈추게 하는 박스도 없었다,


18세기만 해도 선수들은 잔디 위에 뛰어내렸다. 19세기에 접어들면서부터는 모래밭에 착지했다. 당시 선수들은 다리로부터 착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부상자가 속출했다. 모래를 높이 쌓아올리거나 흙이 담긴 포대를 쌓아올려 착지 때의 충격을 줄이려고 노력했지만 오랫동안 큰 변화는 없었다.



스펀지로 만든 매트리스가 등장한 건 1964년 도쿄올림픽 때부터다. 그 때부터 선수들은 마음 놓고 대담하게 바를 넘을 수 있었다. 때마침 선보인 반발력이 강한 글라스파이버 장대와 맞물려 장대높이뛰기의 기록은 급속히 뻗어나가게 됐다.


나무장대는 20세기 들어 가볍고 탄력 있는 대나무장대로 바뀌어갔다, 미국이 일본으로부터 대나무를 수입해 장대로 썼다. 대나무가 많이 나는 일본이 1932년 로스앤젤러스와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딴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장대의 재질을 바꾸어놓은 건 제 2차 대전이었다. 전쟁 탓에 일본으로부터 대나무를 수입할 수 없게 된 세계 각국들이 금속제 장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1950년대에 드문드문 나타나기 시작한 글라스파이버 장대가 1960년대에 접어들어 그때까지 큰 벽으로 여겨졌던 16피트(4m87)를 깨뜨리자 이는 단숨에 전 세계에 보급됐다.


1961년 미국의 조지 데이비스가 마크한 4 m83 뒤로 지금까지의 모든 세계기록은 글라스파이버 장대로 세워졌다. 1985년 구소련(우크라이나)의 세르게이 부브카가 6m00대에 진입한 뒤로 그 사용은 더욱 활발해졌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첫 등장한 여자 장대높이뛰기는 오늘날 올림픽이나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으로 치솟아 오르고 있다. 그 인기의 선두에는 2004년 아테네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연거푸 제패한 미녀 선수, 러시아의 옐레나 이신바예바가 있다. 장대를 쥐고 전력으로 질주해 그 스피드를 높이로 전환시킨 뒤 기계체조 챔피언 출신답게 공중에서 아슬아슬하게 몸의 균형을 잡아가며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는 그녀의 모습이 이번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가장 보고 싶은 장면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고두현 스포츠 칼럼니스트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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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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