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전달과 같은 3.25%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두 달 연속 동결이다.
물가가 여전히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지만 유럽 재정위기에 이어 사상 초유의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악재가 불거지는 등 대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이어서 금리를 인상하기에는 부담이 됐을 것이란 지적이다.
지난달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한 이후 당초 시장에서는 이달 금리인상을 점쳤었다.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7개월째 4%대를 지속하고 근원물가상승률이 3.8%까지 치솟은 한편 생산자물가지수도 3개월 만에 반등하는 등 더 이상 물가의 고공행진을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소 완화되는 듯싶던 유럽 재정위기가 또 다시 이탈리아, 스페인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설상가상으로 미국 경기둔화 우려가 증폭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큰 혼란에 빠졌고 국내 금융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저금리 기조를 지속하겠다는 미 연준(Fed)의 발표 이후 다소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또 다시 프랑스 국가 신용등급 강등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는 등 여전히 불안감이 높은 상태다.
우리나라 펀더멘털이 견조하고 외화유동성이 양호한 가운데 미 신용등급 강등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우선 금융시장 안정을 꾀하고 실물경제로의 파급효과를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금리인상은 자칫 국내 경기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서향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내 물가만 생각해 금리를 인상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국면”이라고 말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전무도 “당초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했지만 경제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코스피지수가 급락했다”며 “미국 신용등급 강등 때문이든, 미국 경기침체나 유럽 국가채무 문제로 인한 우려이든, 증시 폭락 차제만으로도 소비침체와 투자 지연 등의 하방리스크가 생겼다”고 말했다.
다만 김중수 한은 총재는 4% 수준으로의 금리 정상화를 꾸준히 주창하고 있고 지속되는 물가 상승압력을 완화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대외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완화되는 시점에서는 다시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은 올해 들어 1월과 3월, 6월에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했다.
채지용 기자 jiyong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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