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코트라(사장 홍석우)는 9일 그린리포트를 발간해 독특한 기술과 아이디어로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세계의 수처리 기업들을 소개했다. 수처리 분야는 소수의 다국적 기업이 시장을 점령하고 있어 중소기업이 성공하기에는 힘든 분야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기술로 자신만의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중소기업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코트라 측의 설명이다.
영국의 쿠리온(Kurion)은 20명 규모의 작은 기업이지만, 폐수에서 금속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수처리 시장에서 강자로 떠올랐다. 이 기술은 저수지, 수처리 시설, 산업하수도관에 기기를 설치하고 물속에서 금, 알루미늄, 이리듐, 팔라듐 등 첨단 산업에 필요한 금속을 뽑아낸다. 희토류 가격 급등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유럽의 제조업 분야, 특히 희귀금속 수요가 많은 항공우주산업 공장이 쿠리온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미국의 워렐 워터 테크놀로지(Worrell Water Technologies)는 습지대 미생물의 자연정화 기능으로 폐수를 처리하는 설비인 리빙머신을 개발했다. 리빙머신의 핵심인 습지대는 야외와 실내에 공원처럼 꾸밀 수 있기 때문에 친환경이미지를 꾀하는 기업에게 인기가 많다. 이미 샌프란시스코 공공시설위원회 건물에 설치됐고 네덜란드의 동물원에도 설치되는 등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이탈리아의 파사반 임피안티(Passavant Impianti)는 밀라노 근교의 Nosedo 수처리 시설 주변에 100헥타르에 걸쳐 생태공원을 조성했다. 생태공원은 수처리 시설에서 정화된 물로 관리되어 적은 비용으로 유지되는데, 공원 주변에 자전거 도로를 설치하여 지역 주민의 여가장소로 활용되도록 개발하여 인기가 많다.
일본 웰시(Wellthy)의 우물 정수 시스템은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 재해에도 끄떡없이 깨끗한 물을 공급했다. 일반 수도관의 경우 땅 속에 가로로 길게 묻혀 있어 지진이 발생하면 끊어지기 쉬운 반면 우물은 일직선으로 지하수와 연결되어 있어 지진에 강하기 때문이다. 지하수의 수질이 나쁜 경우에는 자동으로 수질을 체크해 수돗물로 수원을 전환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어 수질 오염에 따른 대비책도 마련돼 있다. 웰시의 시스템은 일본 지하수 정수 시장의 60%를 차지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스라엘의 IDE 테크놀로지(IDE Technologies)는 물 부족이라는 국가적 문제를 기술개발로 극복하여 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스라엘은 강수량이 적은 사막지역에 위치한 환경과 유럽과 세계 각국에서 이민해 오는 유대인으로 물 수요가 급증했다. IDE 테크놀로지는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2003년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인 처리용량 1.18억㎥의 플랜트를 건설했고 2010년까지 5억㎥ 의 바닷물을 담수로 바꿔 국민에게 보급하고 있다. IDE는 기술력을 앞세워 중국, 인도, 스페인 등 40개국에 400개 이상의 플랜트를 설계했다.
한선희 코트라 통상조사처장은 "한국기업도 담수화, 하수처리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로 세계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면서도 "단순히 물을 정화하는 것에서 벗어나 수처리 시설에 공원을 조성하는 등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부가가치를 더한다면 글로벌 기업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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