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권 스틸플라워 대표이사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라는 말이 있다. 첫해 출중한 성적을 올린 신인이 2년차에 신통치 않은 성적을 올릴 때 흔히 쓰인다. 2년차 징크스라고도 한다. 후육강관 생산업체 스틸플라워는 2년차 징크스를 겪은 전형적인 코스닥 종목이다.
상장 첫해인 2009년 매출 1688억원에 영업이익 384억원으로 사상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이듬해 곧바로 적자전환했다. 매출은 1693억원으로 5억원 가량 늘었지만 5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후육관 업황이 호황을 누리자 너도 나도 이 분야에 뛰어들면서 단가가 인하됐기 때문이다.
매년 수백억원대 흑자를 내주던 알짜배기 사업이 순식간에 적자사업으로 돌변하면서 주가도 폭락했다. 지난해 1월15일 1만665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9월2일 6050원까지 떨어졌다. 화려한 등장만큼이나 비난의 수위도 높았다. 2000년 회사 설립 이후 최대 위기였다.
김병권 대표이사는 승부수를 띄워야 했다. 고민 끝에 내린 승부수는 주위의 예상을 깬 투자확대였다. 업황이 나빠지면 선택하기 마련인 긴축경영 대신 김 대표는 연산 8만톤 규모의 순천공장 건설을 추진했다. 기존 포항공장과 진영공장의 생산능력을 합해 연 12만톤이던 스틸플라워의 생산능력은 지난 5월 순천공장 완공으로 연 20만톤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공장 건설로 80%에 불과하던 부채비율이 170%로 늘어났다.
김 대표는 "가뜩이나 수익성이 악화되던 시기, 빚내서 하는 대규모 투자에 대한 고민이 클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하지만 시장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수익이 늘어나면 부채는 얼마든지 갚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이런 그의 판단은 성공적이었다. 수주잔고는 순천공장이 가동되기 전인 1분기에만 1795억원으로 이전 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수주 물량도 늘었지만 급락했던 단가가 오르면서 악화됐던 수익성도 회복되기 시작했다. 1분기에 규모는 적지만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순천공장의 가동으로 이같은 턴어라운드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극지에서도 강한 신제품 수요가 는 것도 맞아떨어졌다. 요즘 유전개발 트렌드는 심해저와 극지방 등 보다 극한 환경에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김 대표는 후육관도 과거보다 여러 악조건에서 견딜 수 있는 제품이 필요하다고 판단, 순천공장을 지으면서 이런 신제품 위주의 라인업을 짰다. 김 대표는 "하반기는 새 공장의 성과가 실적에 본격 반영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과감한 투자가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겠다고 자신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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