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수 SBS 오후 11시 15분
<짝>의 출연자들은 하나같이 거침없다. 첫 만남에 홀어머니를 모실 수 있는지, 부모의 직업은 무엇인지를 묻는다. 그리고 연 소득과 같이 누가 묻더라도 대답하기 쉽지 않은 개인적인 부분을 자기소개에서 밝힌다. 현실에서 그런 일이 가능한 곳은 맞선자리 밖에 없다. 맞다. <짝>은 완벽한 맞선이다. 주말마다 선 자리에 나가는 수고를 덜기 위해 모두를 한 자리에 모은 뒤, 오직 “결혼 할 상대를 찾겠다”는 목적에만 몰두하며 일주일을 보내도록 하는 것이다. <짝>의 ‘돌아온 싱글’ 특집이 다른 때와 조금 달랐다면, 이미 이혼을 경험한 남녀 모두 그 노골적인 본능이 조금 누그러진 상태에서 서로를 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 양육의 문제나 시댁과 친정 사이의 갈등과 같이 더 구체적인 결혼 생활의 문제가 거론되고, 성격과 태도를 자세하고 꼼꼼히 살피면서 돌싱들은 조심스럽게 이성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돌싱들이 떠나간 뒤, 다시 찾아온 10기들의 애정촌은 이전보다 더욱 노골적인 구애의 장소로 변했다. 다양한 직업과 경력으로 무장한 출연자들은 끊임없이 서로의 배경을 궁금해 하고, ‘해운회사 회장의 외동딸’이 등장하자 그녀를 중심으로 애정촌 전부가 재편성 될 것이 예고된다. 애정촌에서는 상대의 조건을 모두 계산하고, 따져 물은 뒤 스스로 자신과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찾아낸 뒤에야 감정이 시작된다. <짝>이 흥미로워지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짝>만큼 완벽하게 ‘시장’이 되어버린 현 세대의 결혼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는 현장은 없다. 방송이 끝나면 검색어에 해운회사, 여자 5호, 그리고 그가 살고 있다는 주상복합아파트의 이름이 오르고 그 여자와 짝이 될 누군가를 궁금해 하고 부러워하는, 바로 이 곳. 직업과 소득, 나이와 외모에 따라 등급이 나뉘고, 더 나은 등급의 짝을 찾기를 소망하는 현실이 바로 그 “웃기지도 않은” 애정촌이다. 그 안에 한 존재를 지칭하는 이름을 불러줄 사람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짝>은 정말로 잔인하고 적나라하고 현실적인 다큐멘터리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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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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