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 조윤미 기자]베트남이 25일 국가주석(대통령)에 권력서열 2위인 쯔엉떤상(Truong Tan Sang) 공산당 중앙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등 주요 고위직을 선출했지만 시장과 언론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에 절실하게 필요한 ‘대규모 개혁'이 없다는 게 주된 비판이다.
임기 5년의 주석에 취임한 상 주석(62)은 이날 취임연설에서 “국가에 복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고 일간 베트남뉴스가 전했다.
그는 “강한 국가건설에 초점을 두면서 당 결의안 11회 실행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사회주의 지향 시장경제를 유지하면서 성장모델을 개혁하고 베트남이 2020년 공업국이 되도록 돕는 목표로써 경제를 구조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상 주석은 또 응웬 떤 쭝 총리(서열 3위)를 재임명했다.
베트남 국회는 앞서 24일 응웬신흥 수석 부총리를 국회의장으로, 응웬티낌응언 노동보훈사회부 장관을 신임 부의장으로 각각 선출했다.
상 국가주석은 1949년 남부 롱안 성에서 태어나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9년 공산당에 가입해 활동했다. 1975년 베트남 통일 이후 정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그는 1992년 호찌민 시 당 위원장, 1996년 공산당 정치국원에 각각 임명됐다. 그는 2000년까지 호찌민 시 공산당 서기로 일하면서 개혁과 개방을 표방하는 경제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했다. 이런 경력 때문에 그가 한때는 아시아에서 유망한 국가였지만 지금은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한 국가가 된 베트남 경제를 일신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차기 정부와 주요 각료는 다음 주중 발표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사우스웨일즈대학교(UNSW) 호주 군사학교 교수이자 베트남 전문가인 칼라인 테이어의 말을 인용, “이같은 승진인사는 의미있는 변화라기보다는 현상의 유지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승진예정자는 내부의 테크노크라트여서 연속성은 있다”면서도 “그러나 대규모 개혁은 없다”고 단언했다.
치솟는 물가와 급증하는 무역수지 적자 때문에 베트남 정부는 연초 정책목표를 성장에서 물가안정으로 바꾸어야 했다.
당의 결의안 11호에 따라 베트남 정부는 현재 대출증가를 줄이고,시장에서 외국환 사용을 금지하며, 금의 사용을 제한하고, 공공지출을 줄이고 내수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정책전환은 베트남 경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23일 발표된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22.6%나 상승해 6월(20.82%) 기록을 갈아치웠다. 또 올들어 7월까지 무역수지 적자는 무려 66억3900만 달러를 나타냈고, 베트남 주식시장의 주가지수인 VN지수는 올들어 15.5%나 하락했다.
하노이에 있는 연구조사회사인 DHVP의 부옹 콴 호엉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사람들의 인내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면서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도 단 기간안에 해소될 같지 않으며 실업은 주요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조윤미 기자 bong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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