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어장> ‘라디오 스타’ MBC 수 밤 11시 5분
어떤 예능 프로그램은 아이돌이 없으면 만들어질 수 없고, 또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아이돌의 존재 그 자체를 환영하지만 사실 ‘라디오 스타’(이하 ‘라스’)는 아이돌의 출연으로 큰 메리트를 얻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공고한 팬덤이 존재할수록 팬덤 밖의 대중과는 유리되기 쉬운 시장의 특성상, 인기 있는 아이돌이 토크쇼에서도 좋은 게스트가 된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몇몇의 개인 활동을 제외하면 예능에서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던 비스트의 ‘라스’ 출연이 흥미로웠던 것도 그 지점이다.
멤버들을 ‘메이저’와 ‘마이너’로 나누고 인지도가 낮은 일부에게만 이름표를 붙여 주는 방식은 잔인한 듯하지만 아이돌에 대한 팬덤 안팎의 온도차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상황을 코믹하게 만들었다. 소녀들의 우상을 일반 시청자들의 눈높이로 끌어내리고, 그들을 예우하기보다는 구박하면서 친근감을 주는 ‘라스’의 태도는 지난 주 “(인지도가 낮으니까) 방송국 정문에서 막지 않느냐”는 도발에 “(인지도는 낮지만) 막진 않아요. 잘생겼으니까”(동운) 와 같이 예상 밖의 캐릭터가 드러나는 순간 특히 빛난다. 어제 방송 후 윤종신이 트위터에 남긴 “손님이 원하는 바와 뜻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좋지만 시덥잖은 농담과 얄궂은 얘기 속에 그냥 발견되어지는 손님들도 괜찮아. 그래서 ‘라스’와 <비틀즈코드>가 난 뿌듯해” 라는 글은 이 프로그램의 독보적인 장점을 명확히 짚어준다. 다만 지난 주 예고에 등장했던 노래하는 장면들이 모두 편집되고, 뻔한 열애설 훑기와 개인기 등으로 채워지던 방송이 다소 급하고 뜬금없게 마무리된 것은 아쉬운 지점이다. 그러나 원래 첫 술에 배부르지 않은 법이다. 다음 번 비스트의 ‘라스’ 녹화 때는 김구라가 매의 눈을 빛내며 용준형을 기다리고 있을 거란 사실을 우리는 이미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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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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