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외국인의 입이 외국인의 움직임을 돌려놓을 수 있을까.
13일 오전(현지시간)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하원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미국경제가 지금보다 더 악화되고 인플레이션이 예상대로 낮아진다면 추가 경기부양책을 시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의 추가 경기부양책 시사 발언에 유럽과 뉴욕은 상승으로 화답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시장을 짓눌렀던 악재들에 대한 경계심은 점차 완화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B+'에서 'CCC'로 강등시키는 등 '유로존 리스크'는 여전한 모습이지만, 이같은 우려는 이미 반영한 상태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탈리아 재정 위기 우려로 주 초 이후 급락했던 코스피 지수는 전날 20일 이동평균선 위에서 반등에 성공했다. 이틀째 현물시장에서 순매도를 보인 외국인들도 전날 프로그램 비차익거래에서는 다시 순매수로 전환했다.
이날 빼놓을 수 없는 옵션만기 이벤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 그러나 양쪽 모두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데 동의했다.
6월 동시만기 이후 프로그램은 차익 부문으로 3조4000억원의 순매수 자금을 유입했다. 이 가운데 외국인이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외국인의 움직임에 따라 충격 여부가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간 누적된 외국인의 컨버젼 물량이 프로그램 매도를 유발할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경우에는 지수의 소폭 하락을 예상했다. 컨버전은 합성선물을 매도(콜옵션 매도+풋옵션 매수)하고 선물을 매수하는 전략으로 매수차익잔고의 청산을 유발한다. 매도 규모는 5000억원 내외로 추정됐다. 환차익과 배당수익을 얻은 외국인의 차익실현 욕구가 강하다는 점 역시 이같은 의견에 힘을 실었다.
반면 긍정적인 만기를 예상하는 쪽에서는 차익 매수의 주체가 될 외국인과 국내 인덱스펀드 등의 거래세 부담 및 청산 기회가 제한적일 만기 환경을 근거로 들었다.
한편 이날 오전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금리 동결을 발표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국내외 변수가 몰려있는 이날 주목해야 할 업종으로는 자동차를 포함한 운송장비와 음식료, 유통 등 내수주들이 꼽혔다.
정인지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화학, 운송장비 업종지수가 단기 고점과 저점을 높여 횡보국면이 좀 더 이어질 수는 있지만, 결국 신고가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음식료와 유통업은 중기적으로 안정적인 상승세를 형성 중이므로 조정시 매수관점을 유지하라는 조언이다.
한범호,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이후 우선적 대응 타깃으로 꼽아왔던 운송, 기계, 자동차, 건설업종 대표주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을 유지한다"며 "아울러 시장 온기가 개별 종목들로 확산될지 여부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소형주 지수의 상대적인 반등 탄력은 대형주 지수를 앞서고 있는 상황. 특히 중형주들의 경우 2007년 이후 상대강도가 가장 부진했던 영역에서 탄력적인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급 측면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의 꾸준한 매수세가 포착되고 있어 이들에 대한 관심은 유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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