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후 비행거리 51만375km…IOC 위원 90% 접촉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51만376km, 지구 13바퀴.’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국제 스포츠행사에서 박용성 대한체육회장(두산중공업 회장)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박 회장이 바쁜 일정을 뒤로 하고 달려간 곳엔 어김없이 투표권을 가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함께 있다.
2010년 이후 비행거리만 무려 51만375km. 지구 13바퀴를 돌았다. 두 번의 좌절, 12년의 분투가 쌓인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향한 그의 노력은 조용히, 묵묵히 발로 뛰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2009년 3월 대한체육회장에 취임한 박 회장은 작년 한 해 동안 지구 8.15바퀴에 해당하는 32만6km를 비행하고 182일을 해외에 체류했다. 올 상반기에는 지구 4.6바퀴 거리인 18만4370km를 비행하고 절반가량인 90일을 해외에 머물렀다.
6월부터는 단 한번이라도 IOC위원과 더 만나기 위해 아예 유럽으로 짐을 옮겼다.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서 열리는 국제 스포츠행사에 얼굴을 비추기 위해 하루 한나라를 방문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유치전 최전방에 선 박 회장은 IOC위원 및 주요 국제스포츠 인사를 접촉해 평창 올림픽 유치의 당위성을 홍보하는 한편, 정보 수집역할도 자처했다. 과거 국제유도연맹(IJF) 회장, IOC위원을 역임하며 쌓은 탄탄한 인맥은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였다.
또 다른 무기는 바로 박 회장의 열정에서 비롯됐다. 그가 그간 대한체육회장으로 참여할 수 있는 모든 국제 체육기구 및 스포츠 행사를 찾아 90% 이상의 IOC 위원들과 접촉한 것은 열정이 없다면 결코 가능하지 않다는 평가다.
박 회장은 국내에서 개최되는 각종 종목별 국제대회에서는 직접 오찬, 만찬행사를 개최하며 평창 홍보에 나섰다. 본인의 해외출장비를 대한체육회 예산이 아닌 사비로 지출하고 각종 유치활동비를 지원하며 유치활동에 힘을 실었다. 이렇게 쌓아온 발걸음이 결국 7일 새벽 평창 올림픽 유치 성공이라는 역사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한 것이다.
역대 대한체육회장 중 국제스포츠단체 수장과 IOC위원을 모두 역임한 이는 김운용 전 IOC부위원장 이후 박 회장이 두 번째다. 기업인 대한체육회장은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이후 25년 만에 탄생했다. 삼수 끝에 평창올림픽 유치라는 역사를 함께 쓴 박 회장의 임기는 2013년 2월까지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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