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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숙│나를 설레게 했던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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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숙│나를 설레게 했던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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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엄마’는 영광스런 호칭이다.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여러 아들, 딸을 온 마음으로 품고 보듬어 온 김해숙에게 이보다 더 어울리는 말도 없다. SBS <인생은 아름다워>의 김민재는 다사다난한 대가족의 든든한 기둥이자 상처 입은 자식을 품는 어미였고, <친정 엄마>의 헌신적인 엄마를 통해 가장 전형적이지만 그래서 가장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엄마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배우 김해숙이 그려 낸 다양한 엄마의 표정과 그 감정의 결을 이야기하기에 ‘국민 엄마’는 정답은 아니다. 잘못 살아 온 지난 삶의 그늘로 자식 앞에 떳떳할 수 없었던 <무방비도시>의 강만옥과 아들에게 병적으로 집착하며 미묘한 긴장감을 일으킨 <박쥐>의 라 여사, 그리고 아들을 남편처럼, 애인처럼 생각하는 귀엽고 주책스러운 소녀 같은 <마마>의 옥주까지 김해숙은 ‘엄마’라는 다소 편협한 프레임 안에서도 풍성한 이야기와 의외의 인상을 만들어 내는 배우다.

김해숙의 ‘엄마’는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과거의 것이 아니라, 지금 생생하게 살아 있는 우리 곁의 이들이다. 이는 그가 3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연기에 대한 사랑에서 에너지를 얻고 그 힘으로 살아 왔고, 연기를 하면서 만났던 그리고 앞으로 무수히 만나게 될 자신의 모습에 여전히 흥분하는 현재 진행형의 배우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우가 아닌 자연인 김해숙의 시간은 오히려 이야깃거리가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게 옳게 사는 건가 싶어서 한 동안 우울증이 올 정도로 제가 좋아하는 것도 없고 아무 것도 할 게 없는 거예요. 그런데 또 가만히 생각하다 보니까 ‘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는 행복한 사람이고, 남들이 다른 데서 즐거움을 찾을 때 나는 일을 하면서 즐거움을 찾는데 이것보다 더 좋은 게 뭐가 있냐’ 싶더라구요.” 이렇다 할 취미 활동이 없는 그녀가 마음의 휴식을 얻는 시간은 음악을 듣고, TV를 보고, 영화를 보는 순간이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영화를 보고 웃고 울고, 갖고 있던 생각을 바꾸고, 삶을 반성하는 한 사람의 관객이다. 다만 다른 점은 영화를 통해 만난 감독들과 함께 작업하고, 그 영화를 통해 다시 우리를 웃고 울게 만드는 배우라는 것. 그녀를 설레게 했던, 그리하여 다시 우리를 설레게 할 영화들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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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숙│나를 설레게 했던 영화들

1. <미션> (The Mission)
1986년 | 롤랑 조페

“천주교 신자예요. 이 영화를 보면서 제가 얼마나 많은 죄를 짓고 사는지 반성했어요. 가톨릭적으로 이야기하면, 영화를 통해 고귀한 하느님의 사랑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영화기도 하구요.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와 아름다운 풍광, 음악이 조화된 완벽한 예술 작품이에요. 마지막 장면을 보고 참 많이 울었어요.”


1750년 아르헨티나, 파라과이와 브라질 국경 지역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미션>은 삶이 그러하듯 아름답고, 아프고,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로버트 드니로, 제레미 아이언스라는 걸출한 배우들,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비롯한 엔니오 모리꼬네의 아름다운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이지만, ‘신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종교란 무엇인가’를 묻는 마지막 장면으로 잊을 수 없는 물음을 남기는 영화다.

김해숙│나를 설레게 했던 영화들

2. <레인 맨> (Rain Man)
1988년 | 베리 레빈슨

“장애를 가진 형과 동생의 이야기 속에 인간의 욕망, 사랑, 형제애 이런 것들이 모두 어우러진 것이 좋았어요. <레인 맨>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 형제를 연기한 더스틴 호프만, 톰 크루즈 두 배우 간의 연기가 정말 훌륭했어요.”


빚에 시달리던 찰리(톰 크루즈)는 아버지의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은 자폐증 환자 형 레이먼드(더스틴 호프먼)를 찾아 나서고, 유산을 가로채기 위해 그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오랫동안 헤어져 살았던 형제는 고향 신시내티에서 출발해 서부까지 대륙 횡단을 하는 동안 잊고 있던 우애와 삶의 목적을 발견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찰리(My main man Chalie)”라는 인상적인 대사는 더스틴 호프먼이 즉흥적으로 지어낸 것이라고 한다.


김해숙│나를 설레게 했던 영화들

3. <공동경비구역 JSA> (Joint Security Area)
2000년 | 박찬욱

“우리 세대만 해도 북한은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했어요. 반공교육을 받아 고정관념이 생긴 거죠. 그런데 <공동경비구역 JSA>를 보고 ‘아, 저들도 사람이구나’라는 걸 알았죠. 이데올로기라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우리도, 북한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얼마나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지 깨달았죠. 사람들의 잘못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게 쉽지 않은데 정말 감동했어요. 그리고 한국 영화의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새삼 알게 돼서 앞으로 한국 영화를 더 많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구요. 이 영화로 박찬욱 감독님의 광팬이 되었어요. (웃음)”


<공동경비구역 JSA>는 은둔 고수 박찬욱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영화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 북측 초소에서 북한군이 총상을 입고 살해된다. 의문의 사건을 둘러 싼 엇갈리는 남북의 주장, 사건 당사자인 이수혁 병장(이병헌), 오경필 중사(송강호) 역시 상반된 진술을 할 뿐이다. 오랜 분단 현실에서 기계적으로 서로를 적으로 믿어 온 이들에게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음악에 눈물 흘리고 같은 음식에 감탄하는, 닮은 인간임을 알려 준 영화.


김해숙│나를 설레게 했던 영화들

4. <전우치> (Jeon Woochi : The Taoist Wizard)
2009년 | 최동훈

“최동훈 감독님의 영화를 다 봤는데 <전우치>가 제일 재미있어요. 정말 만화 같은 이야기잖아요? 그래서 스크린에 어떻게 표현될까 궁금했는데, 현란한 와이어 액션이랑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서 정말 숨 돌릴 틈 없이 빠져들었어요. 철저한 상업 오락 영화인데 관객으로서 거기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게, 철저히 재미있게 만든 감독님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고전소설 <전우치전>의 주인공 전우치를 전대미문의 악동 도사로 스크린에 옮긴 <전우치>는 <범죄의 재구성>, <타짜>라는 매끈한 스릴러 드라마로 재능을 과시한 최동훈 감독이 액션 히어로 무비에 도전한 작품이다. 아름다운 얼굴 뒤에 숨겨진 익살스러움을 능청스럽게 보여준 강동원을 비롯하여 김윤석, 유해진, 김상호 등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적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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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숙│나를 설레게 했던 영화들

김해숙의 차기작은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이다. 한국과 중국의 도둑들이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범죄 액션 영화 <도둑들>에서 그녀가 맡은 역할은 전설적인 절도범, ‘씹던 껌’. “엄청 변신할 수 있어서 굉장히 흥분돼요. 최동훈 감독님과도 꼭 한 번 작업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진짜로 같이 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 행복하고 기뻐요.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크기 때문에 설레고, 또 그 만큼 완벽한 변신을 해야겠지요.”


수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역할을 연기했지만 새로운 작품과 배역에 대해 이야기하는 목소리와 표정은 갓 데뷔한 신인의 그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이는 비단 누군가의 엄마라는 이름표를 떼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저는 배우가 직업인 사람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프로페셔널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라고 말하는 배우 김해숙에게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프로페셔널 한 도둑’은 그녀의 존재감을 선명하게 보여 줄 최고의 기회다. 지나 온 배우 생활을 회고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 만난 인물에 몰입하고 앞으로 살아 갈 배우로서의 삶에 더 설레는 ‘현역 배우’ 김해숙이 보여줄 또 다른 얼굴이 기대된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10 아시아 사진. 이진혁 elev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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