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기자수첩]2002년 대선 빼닮은 '대한통운 인수전'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09초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지난 2002년 16대 대선을 불과 하루 남긴 12월 18일.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가 민주당 노무현 후보지지를 철회한다. 후보 단일화를 파기하는 폭탄선언이었다. 발표 시간은 선거운동 마감 약 1시간 30분을 남긴 순간.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근소하게 앞서고 있던 노무현 후보는 판세를 점치기 어렵게 됐다. 아니 대권 야망은 물 건너 갔다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다른 변주곡을 만들어냈다. 노 후보 지지자와 친노 성향 부동층이 강력하게 결집했고 젊은 층은 투표장으로 속속 발길을 내딛어 노 후보를 청와대에 입성시켰다.


그로부터 약 8년여가 지난 올 연초부터 M&A시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든 '대한통운 인수전'은 또 하나의 예상 밖의 변주곡을 만들어냈다.

당초 CJ와 포스코, 롯데의 3파전으로 예상됐던 이 전쟁터에 지난 23일 갑자기 삼성SDS가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의향서 제출 마감 불과 4일전이었다. 지분은 불과 5%에 불과했지만 삼성의 브랜드 파워는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안겨줬다.


CJ는 자문사를 맡았던 삼성증권으로부터 삼성으로 인수 정보가 흘러갔을 것이라며 적극적인 공세를 취했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포스코와 삼성의 맞잡은 손에 힘을 실어줄 수 밖에 없었다.


이 때 이재현 CJ회장은 인수가를 주당 20만원대로 올려 공세를 취한다. 삼성의 인수전 참여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수준인 지도 모른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세간에서 쓰이는 표현대로 ‘질렀고’ 모두의 예상을 깨고 대한통운을 품에 안았다.


2011년 대한통운 인수전은 2002년 대선의 데자뷰다.


재미있는 대목은 정몽준 후보(현 국회의원)의 현 위치와 앞으로 예상되는 삼성SDS와 포스코의 미래다.


당시 정치권에서 맹비난을 받았던 정몽준 후보는 현재 차기대선의 잠룡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간은 비난의 세월을 넘어 다시 한번 8년여 만에 정 의원을 대선후보군에 넣은 것이다.


앞으로 삼성SDS와 포스코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


삼성SDS 관계자는 "대형 고객을 확보할 기회를 잃었지만 그쪽이 아니더라도 다른 기회를 찾을 것"이라며, "현재 대한통운과 진행 중인 사업이 없는 만큼 (인수 실패 혹은 CJ측과의 갈등으로) 크게 타격받을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포스코 역시 아쉽지만 그렇다고 이번 인수실패가 경영을 휘청거리게 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권창출 후 5년간 가시밭길을 걸었다. CJ도 이제부터 자금마련에서부터 곱지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제2의 대우건설 사태, 즉 ‘승자의 저주’는 국가경제를 생각할 때 재연돼서는 안될 것이다. 데자뷰는 지금까지로 충분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