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계 기업간 경쟁, 다윗의 승리 등은 비슷...인수 목적과 평가 방법은 달라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CJ그룹과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간 경쟁에서 CJ의 승리로 일단락된 대한통운 인수전은 여러 면에서 지난 해 현대건설 인수전을 닮았다. 삼성가와 현대가라는 대한민국 대표 재계의 인수전 참여라는 흥행 요소를 똑같이 갖춘데다 인수 후보군들의 남다른 경쟁관계, 일반의 예상을 깬 다윗의 승리가 바로 그것이다.
우선 현대건설 인수전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간 범현대가의 경쟁으로 펼쳐졌던 것처럼 대한통운 인수전은 범삼성가의 대결구도로 진행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삼성SDS는 대한통운 지분율 5% 인수를 통해 물류 사업 진출을 꾀했고, 일각에선 이를 삼성SDS의 지분 8.81%를 소유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신사업 진출로 해석하면서 사촌인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경쟁 구도가 부각됐다.
자금력에서 열세로 평가받던 기업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는 점도 닮았다. CJ는 대한통운 인수가로 주당 21만원대를 써내 19만원대를 제시한 포스코-삼성 컨소시엄을 제쳤다.
당초 재계는 포스코-삼성 컨소시엄의 자금력이 CJ를 압도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사활을 걸고 '베팅'한 CJ에 덜미가 잡히고 말았다. 현대건설 인수전에서도 일반의 예상을 깨고 현대그룹이 5조5000억원의 높은 가격을 제시해 현대차그룹( 5조1000억원)을 눌렀다.
대한통운 인수전이 현대건설 인수전과 다른 점도 있다. 인수 목적이 그렇다. CJ는 대한통운 인수를 토대로 기업공개(IPO)를 거쳐 2020년까지 매출 20조원 규모의 거대 그룹으로 성장한다는 청사진을 그려놨다.
물론 현대차도 현대건설 인수를 통한 자동차-철강-건설간 시너지 극대화라는 사업적인 측면을 강조하지만 현대가의 장자(長子)인 정몽구 회장이 현대그룹의 장자(長子) 기업을 품어안았다는 상징적 의미도 빼놓을 수 없다.
채권단의 선정 기준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현대건설 인수전에서는 가격 요소와 비가격 요소가 각각 70대 30의 비중을 차지했지만 이번에는 가격 요소가 75점으로 좀더 높아졌다. 인수가가 보다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셈이다.
업계는 현대그룹의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대출금 문제로 논란이 불거지면서 결국 주인이 현대차그룹으로 바뀐 것과 달리 이번에는 상황이 급반전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우선협상자 발표 직후 CJ그룹의 일부 절차적 문제가 제기되긴 했지만 사안이 경미한데다 포스코가 결과에 승복하고 물러나면서 논란의 여지가 사실상 사라진 탓이다.
또한 CJ그룹이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 그리고 CJ제일제당과 CJ투자증권 등 계열사의 현금 등을 합쳐 총 2조5000억원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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