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김달중 기자]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27일 회담은 사실상 단독회담으로 이뤄졌다. 이 대통령과 손 대표는 이날 오전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과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만 배석시킨 채 2시간여동안 머리를 맞댔다.
당초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과 김동철 민주당 비서실장도 자리를 함께 하려고 했으나 이날 아침 회담 직전에 참석자명단에서 빠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과 손 대표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배석자를 최소화 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과 손 대표는 단독회담을 통해 '6대 민생' 의제를 집중 논의했다. 특히 사전 실무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좁힌 ▲일자리 대책 ▲가계부채 해결 ▲저축은행 부실사태 해소 등은 물론 시각차가 컸던 ▲대학생 등록금 인하 ▲추가경정예산 편성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등에 대한 대타협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속깊은 이야기까지 주고받았다는 후문이다.
이 가운데 일자리, 가계부채, 저축은행 등은 국민들이 가장 강하게 체감하는 문제이고, 여·야를 구분할 것 없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점에서 청와대와 야당이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일자리와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회담에 앞서 벌였던 백용호 정책실장과 박영선 정책위의장 등의 네차례에 걸친 실무협의에서 사실상 큰 틀을 만들었다.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검찰의 중간수사결과가 크게 미진하다는 손 대표의 지적을 이 대통령이 수긍하고, 향후 검찰수사와 국회 국정조사에서 원인규명과 책임소재가 성역없이 철저히 밝혀질 수 있도록 협조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저축은행 비리를 엄단하겠다고 수없이 강조해온 것은 물론 집권이념인 '공정사회'를 위해서도 민주당의 제안을 충분히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과 손 대표는 등록금 인하가 필요하고 대학구조조정도 병행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으며, 앞으로 계속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자고 뜻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지난 23일 발표한 '2014년까지 30% 이상 등록금 인하'와 민주당의 반값 등록금 주장 모두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평소 입장을 거듭 전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회담이 열리는 도중이었던 오전 7시45분에 사전녹화를 통해 방송한 라디오·인터넷연설에서 "복지혜택이 가장 시급한 분은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기반도 없이, 벼랑 끝에 서 있는 분들"이라며 최근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과 손 대표는 한·미 FTA와 추경예산 편성 등에 대해서도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회담을 끝냈다.
이날 회담결과는 '합의문'이 아닌 '발표문'으로 공개됐지만,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민생현안에 대해 고민을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측이 의외로 적극적으로 나왔다"며 "등록금이나 FTA 등 첨예한 문제는 합의보다는 민심을 전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이번 회담 결과를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회담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화기애애했다. 이 대통령은 회담장소인 청와대 백악실에 입장하기전 집무실 앞에서 손 대표를 만나 "반갑습니다"라며 인사를 건넸고 손 대표도 "반갑습니다"라며 손을 잡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일본을 방문하는 손 대표에게 "일본 가느냐? 그쪽은 비 안오느냐. 어디어디 가느냐"라고 관심을 표했고, 손 대표는 "동경 하고 (방문한다). 더 일찍 갈 생각이었는데, 정부에서 대통령께서 가신다고 좀 늦춰달라고 했다. 가서 (지진피해 등에 대해) 위로하고 할 생각이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모처럼 만났다. 현안이 많은데"라고 말하자, 손 대표는 "바쁘신데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사실 한참 바쁜 시기인데, 그래도 빨리 만나야 좋을 것 같아서 (빨리 만나도록 하자고 했다)"고 회담시기를 서두른 배경을 설명했다.
조영주 기자 yjcho@
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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