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인파 속에서 그녀를 백 번 천 번 찾다가 문득 고개를 돌리니 그녀가 희미한 등불 아래 있었네.'(衆裏尋他千百度, 驀然回首, 那人却在, 燈火欄珊處)
중국 남송의 시인 신기질이 '청옥안ㆍ정월 보름날 밤(靑玉案ㆍ元夕)'에 쓴 마지막 글귀다. 중국의 네이버로 불리는 검색엔진 사이트 '바이두(百度)'의 이름은 송나라 시대를 풍미한 이 시구에서 나왔다. 바이두는 그 이름처럼 단 한 명의 '그녀'를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쫓아 구글을 물리치고 중국 검색 시장의 1인자가 됐다. 바이두의 '그녀'는 바로 '검색엔진'이었다.
2000년 5월 첫 번째 중국어 검색엔진을 선보이며 시장에 뛰어 든 바이두는 온라인 게임과 문자 메시지 등 다른 온라인 관련 사업이 뜰 때에도 오직 검색엔진 사업에만 매달렸다. 모든 자원을 검색엔진 한 분야에만 집중한 것이다. 그 결과 바이두는 2004년 전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온라인 사이트로 자리매김 했고, 지난해엔 구글을 제치고 중국 검색 시장 점유율 75%를 기록했다.
바이두의 이 같은 경영 원칙은 이 회사의 CEO인 리옌홍(43)의 '12자 경영 철학'과 맞닿아 있다. '목표를 정했으면 바로 행하고, 시류에 흔들리지도 동요하지도 말라.'
리옌홍은 미국 버펄로 뉴욕주립대에서 컴퓨터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지금까지 검색엔진 기술 분야에서만 일해왔다. 월스트리트에 있는 다우존스사의 한 자회사에 들어가 일을 하던 그는 검색엔진 시장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깨닫고선 바로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다른 검색엔진 사업자들이 한 때 열풍이었던 온라인 게임 등에 투자할 때에도 리옌홍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오직 검색 사업에만 집중했다. 그에겐 '기술로 세상과 사람들의 생활을 바꾸겠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1999년 말 베이징시의 한 호텔에 사무실을 두고 출범한 '바이두 온라인 인터넷 기술'은 초반엔 중국어 검색엔진 기능을 포털 사이트에 제공하고 돈을 받는 방식으로 영업을 해나갔다. 호텔방에 마련한 사무실에서 회의를 할 때면 공간이 좁아 10명이 채 안되는 직원들이 양반다리로 침대에 앉아 얘기를 나누기 일쑤였다.
리옌홍은 중국 포털 사이트 가운데 80%가 바이두 검색엔진 기술을 쓰는 데도 돈을 많이 벌어들이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2001년 독립적인 검색엔진 회사로의 전환을 꾀했다. 이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 해 9월 검색엔진 사이트 '바이두 닷컴'을 정식으로 선보인 바이두는 2005년 8월 종가 122달러로 미국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고, 이후 뉴스와 사진 검색 서비스를 비롯한 오픈형 온라인 백과사전 등을 출시하며 중국 검색 시장의 최강자로 우뚝 섰다. 나스닥 상장 뒤 시가총액은 1169%에 달하는 연평균 증가율을 보였고, 설립 초기 7명이었던 직원수는 이제 7000명을 넘었다.
바이두가 구글을 밟고 올라설 수 있었던 건 한 명의 '그녀'만을 쫓았던 리옌홍의 경영 철학과 언제나 자신의 장점을 알고 있었던 바이두의 경영 원칙 덕분이었다. 바이두는 어떤 것을 포기하고 어떤 것을 선택할지를 잘 아는 지혜로운 기업이었다. 바이두의 엔지니어들은 경쟁 업체인 구글이 기술력에선 더 뛰어나지만 중국 네티즌의 특성과 중국어 표현방식을 제대로 모른다는 점에 주목했다. 구글이 가진 뛰어난 영어 처리 방식이 중국어 검색엔진에서는 그대로 반영이 안되는 점을 이용해 바이두는 사용이 더 편한 '중국어' 검색엔진을 만드는 데 주력했고, 결국 구글을 이길 수 있었다.
'리옌홍의 중국 IT 성공신화-바이두 이야기'엔 '잘 하는 일을 하라', '회사의 자원을 긴급하고 중요한 분야에 집중하라'는 것 외에 '해당 분야에서 가장 우수한 인력을 채용하라', '작은 것에서부터 완벽을 추구하라', '실패를 인정하라, 그리고 더 나아져라' 등 더 많은 바이두의 경영 이념이 들어있다. 10년 넘게 기자 생활을 했고 중국 토종기업의 성장을 연구해 온 천둥성이 글을 썼다. '바이두의 사명은 사람들이 더 빠르게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며 이로 인해 사람들이 더 평등하고 자유로워지길 희망한다'는 리옌홍의 경영 목표가 어떻게 이뤄져 왔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펴보라.
리옌홍의 중국 IT 성공 신화-바이두 이야기/ 천둥성 지음/ 오유 옮김/ 마더북스/ 1만9800원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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