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49주년을 맞아 구조조정기금 상시화 등 기능 재정비를 통해 종합자산관리기구로서의 위상을 정립하겠다고 밝혔다.
캠코는 13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한국금융학회와 함께 '캠코의 기능과 역할 재정립을 통한 미래발전방안' 세미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정찬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조조정기금을 상시화해 금융위기 징후시 선제적으로 활용하고, 금융시장 안정단계에는 캠코 고유 계정을 활용해 개인채권·기업채권 및 구조조정기업 자산을 인수토록 하는 '투 트랙(Two Track)' 인수체계를 제안했다.
그는 "금융위기 주기가 짧아지는 상황에서 위기시마다 대응기구를 반복 설치하는 것보다 효과가 검증된 구조조정기금을 선제적 위기대응 기구로 상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조조정기금 설치에는 행정적 절차를 감안하면 약 3개월 정도 걸린다.
정 연구위원은 "구조조정기금의 상시 예비기구화는 공적자금 투입비용을 최소화하는 데도 부합한다"며 "조기에 부실채권을 정리하지 않을 경우 부실채권 누적으로 정리비용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필요한 경우 캠코 고유계정에서 경영여건이 어려운 저축은행에게 신규자금을 지원토록 하는 한편, 금융 공공기관이 보유한 부실채권을 집중·통합 관리하는 역할을 캠코에 맡기도록 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공공 부문에서는 캠코의 위탁관리 대상을 정부와 지자체의 부동산과 증권 뿐 아니라 지적재산권, 채권 등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기업 부문에서는 기존 채무기업·출자기업에 한정된 자금대여 및 지급보증 기능을 부실징후기업 및 구조개선기업까지 확대해야 하며, 가계부문에서는 신용회복기금의 법정기금화를 추진해 바꿔드림론·소액대출·취업지원 등 기존 수행업무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캠코의 변화 방향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토론 패널로 나선 윤창호 금융위 산금과장은 "부실채권은 금융위기의 시장 실패를 나타내므로, 상시 구조조정기구로서의 캠코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기업구조조정 기능 강화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제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축사를 통해 "금융위기 재발 등으로 대규모 부실채권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캠코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갖춰 나가고자 한다"며 구조조정기금 상시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단 일부에서는 구조조정기금 상시화의 폐해를 지적했다. 김병덕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유암코 등 민간 부실채권회사 등의 역할을 축소시킬 수 있다"며 "민간이 부실채권 정리 역할을 해 줄 여지가 많은데 너무 (구조조정)기금이 커지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캠코는 정 연구위원이 제안한 미래발전방안을 실현하기 위해 향후 금융당국과 논의해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장영철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은 "한꺼번에 다 추진할 수는 없지만, 고유계정 문제부터 캠코법 개정을 시행해 나가겠다"며 "변화하는 정책수요에 능동적이고 탄력적으로 대응해 공사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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