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100명을 상대로 ‘입수 몰래카메라’를 기획하고 맨 손으로 김치를 찢어먹던 여배우들의 기운이 채 가시기도 전, 남배우들이 이번 주 KBS <해피선데이> ‘1박 2일’(이하 ‘1박 2일’)을 찾는다. 같은 배우들을 초대했지만, ‘여배우 특집’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를 것이다. 이유는 두 가지. 남자만 열두 명이라는 것, 그리고 게스트들이 출연분량에 상관없이 언제나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는 배우들이라는 것. ‘여배우 특집’이 깔깔거리는 웃음과 서로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촬영이었다면, 이번 ‘남배우 특집’은 수컷 냄새와 팽팽한 기 싸움이 그 자리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일박파는 남배우파와의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을까. 적을 알아야 승리하는 법. 남배우파 조직원들의 프로필과 그에 따른 공략 상대를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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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일: 강호동 잡아먹을 인천 빨간 양말
“일 하러 나갈 때만 씻는 게 원칙이다. 내가 이십대도 아니고 한류스타도 아닌데 이제 와서 피부 좋게 보인다고 연기력이 느는 것도 아니고.” 인생 자체가 야생인 성동일은 게스트라기보다는 스승에 가깝다. ‘1박 2일’ 멤버들도 명심하자. 풀 메이크업을 하고 좋은 옷을 입는다고 해서 애드리브가 샘솟는 건 아니다. 이쑤시개 32개와 트렌치코트 하나로 16부작 드라마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를 촬영했기 때문에 달랑 옷 한 벌로 입수하고 땅바닥을 구르고 야외취침을 해도 전혀 무리가 없어 보인다. 심지어 그는 애드리브가 몸에 밴 사람이다. 영화 <홍길동의 후예>의 명장면을 비롯해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기자들을 향해 “정 질문이 없으시면 몇 년생이냐 든지 이 영화를 통해 얼마를 벌고 싶으냐 든지 등을 물으셔도 좋겠습니다”라는 농담을 던졌다. 야생 적응력이나 예능감, 어느 것 하나 뒤지지 않는 고수가 나타났으니 ‘코미디언 라인’은 바짝 긴장해야 할 것이다. 영숙 씨는 없지만 영석 씨는 있는 촬영장, 과연 성동일은 빨간 양말을 신고 등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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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석: 이수근을 위협하는 글로벌 턱수염
고창석에 비하면 이수근의 중국어 개그는 새 발의 피다. 영화 <의형제>에서 베트남 보스를 연기했던 고창석은 제대로 된 베트남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것은 물론 “죽는다, 때끼(새끼)야”라는 어설픈 한국어 욕까지 기가 막히게 섞었다. 강동원의 얼굴만큼이나 오랫동안 기억에 남은 이 명대사는 다름 아닌 고창석 본인의 아이디어였다. 뿐만 아니라 영화 <맨발의 꿈>을 위해 동티모르 언어와 인도식 영어까지 섭렵했고, 다음 달 개봉을 앞두고 있는 <고지전>에서는 평안도 사투리에 도전한다. 이수근과 고창석이 불 꺼진 방에 나란히 누워 중국어 버전, 영어 버전, 베트남어 버전 등으로 심야라디오 DJ 대결을 펼친다면, ‘여배우 특집’의 김수미 몰래카메라를 뒤이을 명장면이 탄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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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엄태웅보다 부드러운 부산 도루코
나영석 PD는 김정태를 “주목할 만한 인물”로 꼽았다. 김정태도 “웃기면 심하게 웃기는” 것이 자신의 장점이라 말했다. 연약한 여자에게 피도 눈물도 없는 포주(MBC <미스 리플리>)와 회사 직원들을 독살하는 사이코패스(SBS <싸인>)를 비롯해 지독한 악역이란 악역은 모조리 맡았고 길거리에서 “조폭은 어디서 생활하냐” 혹은 “어디 식구냐”는 질문을 숱하게 받은 그가 웃긴 사람이라니, 선뜻 상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 김정태는 집에서 액션영화를 보며 손톱손질을 하고, 영화 <친구> 오디션에 합격한 후 아내에게 “나 이제 장동건이랑 영화 찍는 사람이야, 반찬 이 따위로 하면 집 나간다”며 귀엽게 자랑하는 사람이다. 웬만한 반찬은 다 만들 수 있고, 한 때 가수를 꿈꿨을 정도로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그의 정확한 실력을 확인하고 싶다면, 우연단 셰프와의 요리대결, 미녀 PD와 듀엣곡 부르기 미션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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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길강: 은지원만큼 허를 찌르는 남대문 날라리
“어느 날 전화가 왔는데, ‘저는 전수일이라고 하고요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의 주연을 맡아주셨으면…’이라고 하더라. 난 장난인 줄 알고 ‘너 누구야, 뭐하는 새끼야’ 했는데, 정말 감독이라는 거다.” 학창시절에는 “동생 친구들이 내가 무서워서 집에 놀러오지 못할” 정도로 주먹 꽤나 쓰는 소년이었고, 배우로 데뷔해서는 줄곧 폭력조직 회장, 교도관, 깡패, 무술 스승, 사채업자 등을 연기해왔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는 정말 숨소리조차 무섭게 느껴지는 배우다. 하지만 은지원이 생각지도 못한 비밀계획으로 ‘1박 2일’을 뒤흔들어놓는 것처럼, 안길강에게도 반전은 있다. KBS <드림하이>의 마두식은 강오선(안선영)을 짝사랑하게 되면서 사채업자를 그만두고 기획사 사장으로 갈아타는 순정파였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은지원이 안길강과 손을 잡는 순간, ‘1박 2일’은 대혼란을 겪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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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루: 김종민을 능가하는 충남 공주 합죽이
형사 아니면 범인, 사투리 아니면 욕이다. 최근작 KBS <강력반>만 놓고 봐도 성지루는 “지랄을 허세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강력반 형사였다. 그가 맡은 역할은 모 아니면 도였지만, 코믹함만큼은 늘 잃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카메라에 맞춰 리액션을 취하거나 편집 당하지 않기 위해 멘트를 해야 되는 것이 불편”하고, 낯가림도 심한 편이다. 그렇다고 너무 겁먹을 것 없다. 본인의 의지로 되지 않으면 제작진과 멤버들이 여건을 만들어주면 된다. “다섯 명 이상 모인 자리에 가면 몸 둘 바를 모르겠다”던 엄태웅을 낙오시켜 처음 보는 대학생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만든 곳이 바로 ‘1박 2일’이다. 정 안되면 김종민과의 낯가림 대결로라도 방송분량을 뽑아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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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하: 이승기도 울고 갈 사랑촌 얼굴마담
세종과 황진이의 스승, 정조 등 근엄하고 무게 있는 역할을 소화해오던 조성하가 달라졌다. 욕먹을 게 뻔한 불륜도 그가 하면 아름다워 보이고(MBC <욕망의 불꽃>), 험상궂은 사채업자 역할도 그가 하면 귀엽다(KBS <로맨스 타운>). 실제로는 엉뚱하고 발랄한 중년. “다른 데는 미팅을 한 번 내지 두 번을 시켜준다고 했는데 여기는 최하 네 번을 약속”했다는 이유로 고등학교 연극반에 들어갔고, <욕망의 불꽃>에서 슬랩스틱 연기를 위해 KBS <개그콘서트> 측에 ‘바보대구’ 흉내를 해도 괜찮겠냐며 허락을 맡았다. 작년 11월에 “열심히 배워보겠다”는 마음으로 트위터를 시작했다가 무려 5개월 만에 남긴 첫 멘션이 달랑 “@Kapsookim”이었다. 잘생겼지만 은근히 허당기질이 있는 이 남자, 이승기처럼 어떤 미션이든지 열심히는 하는데 어딘가 모르게 어설픈 구석이 보일 것 같다. 아무려면 어떤가. 나영석 PD가 “땡! 안됩니다”를 외칠 때마다 부드러운 눈웃음 한 번이면 재협상도 충분히 가능할 터. 베이스캠프가 밥 안 먹고도 훈훈할 수 있는 곳이라면 그건 바로 이 남자를 두고 하는 말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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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가온 thirteen@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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