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수입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어색한 사이'를 꼽으라면 폭스바겐과 아우디를 지목한다. 폭스바겐AG라는 하나의 그룹에 속한 개별 브랜드로, 말 그대로 '한 지붕 두 가족'을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국산자동차 중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비슷한 느낌이다.
한 가정에서 형제 간 다툼이 가장 치열하듯,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한국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날로 격화하고 있다. 표면상의 전략은 폭스바겐이 저가의 중소형차 시장을 맡고 아우디가 프리미엄 럭셔리 시장을 위주로 하고 있지만, 비슷한 세그먼트 차종에서는 양사 간 실적 및 시장 점유율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8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판매 대수 기준으로 아우디를 처음으로 제친 폭스바겐은 올해에도 격차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지난 7일 발표한 5월 등록 대수를 살펴보면, 폭스바겐코리아는 1331대로 점유율 15.16%를 달성했다. 아우디코리아의 등록 대수는 846대, 점유율은 9.64%를 기록했다.
1~5월 누적으로는 폭스바겐이 5348대(12.52%)로 아우디 3994대(9.35%)를 3.17%p 격차로 따돌렸다. 지난 2005년 1월 국내 법인을 공식적으로 출범한 이후 최대 점유율 격차다.
특히 폭스바겐의 지난달 판매 실적은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가까운 성장을 이뤘다. 제타 2.0 TDI 모델의 경우 한달 만에 총 504대가 판매돼 베스트셀링 모델 3위로 껑충 뛰었다. 점유율은 지난해 5월 9.45%에서 1년 만에 15.16%로 확대됐다. 누적 기준으로는 11.97%→12.52%로 증가했다.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연비 효율이 뛰어난 중소형차가 젊은 고객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이는 국내 수입차 구매 트렌드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앞으로도 경쟁력을 갖춘 모델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오는 7월 초 투아렉 신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반면 프리미엄 브랜드 BMW, 메르세데스-벤츠와 주로 경쟁을 하는 아우디는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13.7% 판매는 늘었지만 점유율은 10.34%에서 9.64%로 축소됐다. 1~5월 누적으로는 9.57%였던 점유율이 9.35%로 줄었다.
업계에서는 아우디가 국내 수입차 트렌드를 따르는 대신 럭셔리 마케팅에 집중한 데 따른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수입차 관계자는 "BMW의 5시리즈와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 등이 다양한 신차 라인업과 함께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사이 아우디는 A6 모델의 출시 타이밍을 놓치면서 주력 시장에서 밀리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아우디코리아 관계자는 "하반기 신차 A7을 선보일 예정"이라면서 "기본적으로 아우디는 지나친 가격 경쟁 등에 휘말리지 않고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자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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