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호창 기자]현대중공업이 한달여간의 조정기를 끝내고 상승세를 다시 시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거인이 낮잠에서 깨어나 큰 걸음을 내딛는 모양새다.
지난달 31일 현대중공업 주가는 하루만에 무려 10.75% 급등했다. 시가총액 상위권의 대형주로서는 이례적일 만큼 높은 상승폭이다. 현대중공업의 이날 상승률은 2008년 12월10일(+10.77%) 이후 2년6개월만에 기록한 최고치다. 상승률에서 0.02% 밀리지만 당시 주가가 18만원대로 현 주가의 절반에도 못 미침을 감안하면 31일 기록한 상승률의 무게감이 훨씬 크고 돋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급등으로 시가총액을 하루만에 3조7240억원 늘렸다. 이 덕에 포스코와 현대모비스를 따라잡고 시총순위를 단숨에 5위에서 3위로 끌어올렸다.
이날 급등은 해외에서 날아온 희소식 덕분이다. 그리스 다이나가스사로부터 LNG선 3척(옵션 1척 포함)을 6억달러(한화 6480억원)에 수주했다는 낭보가 전해진 것. 이 소식은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 비해 LNG선 시장에서 현대중공업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세에 있다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주가 급등의 원동력이 됐다.
독일 정부의 원전 폐쇄 결정도 현대중공업 주가에 날개를 달아줬다. 세계 각국의 원전 설치 보류와 폐쇄에 따른 대체수단으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부각됨에 따라 이와 관련된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국내 태양광 분야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중국법인을 통해 풍력발전기의 본격 생산도 시작한다. 특히 올초에는 신재생에너지관련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의 하나로 삼고 관련부서를 '그린에너지사업부'로 격상시키며 적극 육성에 나서고 있다.
해외발 희소식은 1일에도 전해졌다. 이날 현대중공업은 미국 시추 전문업체 로완사로부터 11억2000만달러(한화 1조2114억원) 드릴십 2척을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올들어 모두 9척의 드릴십을 수주한 것으로 세계 조선업체 중 최고 실적이다.
1분기 실적도 호성적을 냈다. 현대중공업의 연결기준 1분기 매출액은 12조70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이상 늘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조7108억원, 1조4188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29%, 36% 증가했다. 수주 증가에 지난해 인수를 완료한 현대오일뱅크의 기대 이상 호실적이 보태진 결과다. 현대오일뱅크는 정유화학 업황 호조로 영업이익 기준 1분기만에 전년 수준에 도달했다. IBK투자증권은 현대오일뱅크가 올해 약 1조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현대중공업 기업가치(EV)를 9000억원 가량 높여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호재가 이어지며 증권사들도 앞다퉈 호평을 내놓고 있다. 정동익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에 대해 "조선사 빅3 중 하반기 수주모멘텀이 가장 강할 것이며, 후판 등 강재가격 인상의 영향도 조선사 중 가장 적어 제일 안정적인 하반기 실적을 낼 것"이라며 조선업종 최고선호주(Top Pick)로 꼽았다.
전용범 솔로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의 4월까지 수준잔고는 525.9억달러로 월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잔고가 지속적으로 최고치를 경신하는 한 현대중공업의 주가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호창 기자 ho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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