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1886년 병인양요 때 약탈당한 외규장각 의궤 297책이 모두 우리 품으로 돌아왔다. 약탈을 당한지 145년, 서울대학교가 처음으로 정부에 반환 추진을 요청한지 꼬박 20년 만의 일이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정병국)와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외규장각 의궤 4차분 73책이 오늘 오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며 "지난 4월 1차분과 2차분 148책, 이번 달 중순 3차분 75책이 돌아온 것을 포함해 반환대상 297책이 모두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27일 밝혔다.
정부는 외규장각 도서 귀환을 기념해 6월11일 오전 강화도에서 고유제를 시작으로 '외규장각 의궤 귀환 환영 대회'를 열 계획이다. 정부는 환영 대회를 위해 재불 서지학자 박병선 박사, 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 등 관련 인사들을 중심으로 '해외문화재 귀환 환영위원회(위원장 김의정 명원문화재단 이사장)'를 꾸리고 지난 13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활동에 들어갔다.
위원회에 참가한 박 박사는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로 일하던 1975년 이 곳에 외규장각 도서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우리 정부에 반환 협상을 끊임없이 촉구함과 동시에 현지 외규장각 도서 보관 현황을 조사하는 등 반환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국립도서관 측의 눈밖에 나 사서 직을 빼앗기기도 했다. 정부는 박 박사의 공을 인정해 본인의 고사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그를 위원회에 참가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일 오후엔 경복궁에서 이봉행렬과 축하공연 등이 열린다. 프랑스 관계자와 의궤 실물을 확인하는 작업이 모두 끝나면 7월19일부터 두 달 동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45년 만의 귀환-외규장각 의궤'라는 이름의 특별전이 열리며, 이후엔 지방 순회전이 이어진다.
모철민 문화부 제1차관은 이와 관련해 "프랑스에서 돌아온 조선왕실 의궤 대부분은 임금이 보는 어람용 의궤며, 297책에는 국내에 없는 유일본 30책이 포함돼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다"며 "외규장각 의궤를 누구나 가정에서 쉽게 볼 수 있도록 유일본 30책은 올해 안에 디지털 작업을 완료해 온라인 서비스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의궤도 2013년까지 서비스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짓겠다고 밝힌 모 차관은 "국내 전문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을 구성하고 학술 심포지엄도 개최해 의궤 연구활동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화부는 외규장각 의궤를 국가지정 문화재로 지정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프랑스와의 외교관계 등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정은 기자 jeu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