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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 1리터로 휘발유 300리터 에너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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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자력발전이 안고 있는 딜레마를 다시금 상기시켰다. 생산 단가가 저렴하다. 그러나 위험하다. 화석연료 고갈이 눈 앞에 닥친 상황에서 현실적 대안인 원자력발전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국내에서도 원자력 발전은 전력 생산의 40%를 차지한다. 하지만 한 번 사고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나게 된다. 이 때문에 원자력 발전에 대한 세계 각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미래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은 이런 고민의 산물이다. 원자력발전보다 안전성이 높으면서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융합발전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발전의 대안으로 재차 주목받기 시작했다.

핵융합 에너지의 모델은 태양이다. 태양의 중심은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 상태다. 플라즈마는 고체나 액체, 기체가 아닌 '제4의 물질상태'로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자유로운 형태를 가리킨다. 플라즈마 상태에서는 수소처럼 가벼운 원자핵들이 융합해 헬륨 원자핵으로 바뀌는 핵융합반응이 일어나는데, 이 때 방출되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핵융합에너지다.


지구에서 핵융합반응을 만들어 내려면 태양과 같은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고, 이를 가두는 그릇 역할을 할 핵융합장치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인공 태양'을 만드는 셈이다.

가장 실용화에 근접한 핵융합 장치는 토카막(Tokamak)이다. 도넛 모양의 진공 용기를 초전도 자석으로 두른 형태의 토카막은 1950년대 구소련에서 발명된 이후 우수성을 인정받아 대부분의 국가가 실험용 핵융합로를 지을 때 채택하고 있다. 토카막 속에서 플라즈마를 1억도 이상으로 가열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고, 이 에너지로 물을 끓여 증기를 이용해 터빈을 돌리면 대용량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핵융합발전의 구상이다.


우리나라에서 운영하고 있는 핵융합 연구장치도 토카막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1995년 '국가핵융합연구개발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차세대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 건설에 착수했다. 약 12년간의 건설 기간을 거쳐 2007년 완공된 KSTAR는 2008년 플라즈마를 발생시키는 데 성공하며 본격적 운영단계에 들어갔다.

"바닷물 1리터로 휘발유 300리터 에너지 만든다" KSTAR 주장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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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인도, 중국, EU등 7개국이 공동으로 세계 최대의 핵융합발전실험로를 짓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공동개발 사업에도 참여중이다. 2019년 완공을 목표로 프랑스 카다라쉬에 건설되고 있는 ITER는 핵융합에너지가 실용화단계로 접어드는 첫걸음이다. ITER에서 핵융합발전의 원리를 검증한 뒤 실증로를 지어 핵융합에너지의 경제성과 안전성을 점검하고, 이후 핵융합을 통해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본격적 상용화 단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핵융합에너지의 안전성은 학계에서도 인정한다. 핵융합에너지는 화석연료와 달리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연료 공급이 중단되면 1~2초 내 운전이 바로 정지되고, 1억도가 넘는 플라즈마에도 버티는 만큼 온도가 아무리 올라가도 폭발하지 않는다. 지속가능성 면에서도 뛰어나다. 바닷물에 많은 중수소와 지표면에서 쉽게 추출할 수 있는 리튬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자원고갈 걱정이 없다. 중수소는 바닷물 1리터당 0.03g이 들어 있는데, 이 양만 가지고도 300리터의 휘발유와 같은 에너지를 낸다. 원자력발전과 달리 군사적으로 사용될 가능성도 없다. 실현만 되면 이보다 더 바랄 것이 없는 에너지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일부 학계에서는 여전히 핵융합에너지에 회의적이다. 청정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지만 개발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실용화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핵융합에너지 연구가 첫 발을 뗀 지 5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플라즈마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반면 개발비용은 엄청나게 들어간다. ITER에는 10년간 100억 유로가 투자된다. 우리 나라에서는 ITER에 부담하는 예산을 포함해 2035년까지 4조70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다른 대체에너지 연구에 사용될 자원을 핵융합에너지 연구가 다 잡아먹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핵융합에너지의 가능성은 아직까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2040년부터 핵융합발전소 가동을 시작하고 2070년대까지 국내 전력수요의 30% 이상을 핵융합발전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이것도 모든 개발이 한 치의 오류 없이 진행된다고 했을 때의 가정이다. 실제 실현되려면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KSTAR가 500킬로암페어(kA)의 플라스마 전류를 7초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2022년에는 300초를 유지하는 게 목표다. 이론적으로 플라즈마를 300초간 유지하는 데 성공하면 이후 연속운전도 문제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KSTAR 운영사업단의 양형렬 장치기술개발부장은 "장치에서 300초밖에 유지가 안 되는데 어떻게 365일 내내 연속 운전을 할 수 있느냐고 추궁하는 경우가 있다"며 "과학적으로 연속 운전이 가능한지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을 300초로 잡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상용화가 가능한 것으로 평가받으려면 15분 이상 가동돼야 한다. 2016년 첫 시험에 들어가는 ITER는 '15분'을 목표로 한다.


양 부장은 회의론에 대해 "모든 걸 충족시킬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지금까지 기술적 한계를 잘 뛰어넘어 왔고, 실현 가능성을 확신하며 그럴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연구에 전념해 왔다"는 게 그의 '항변'이다. 지금은 삼중수소 가격이 비싸 발전 단가가 높지만 핵융합발전소를 지을 때쯤이면 리튬에서 삼중수소를 추출할 수 있게 돼 단가도 떨어질 거라는 예상이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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