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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의 ‘다크포스’를 보여주는 록 음악 Best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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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의 ‘다크포스’를 보여주는 록 음악 Best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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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MBC <우리들의 일밤>의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서 이소라의 ‘No.1' 무대가 끝나자 윤도현이 말했다. “이거는 완전히 자기를 버렸어”. 이소라는 시적인 가사와 감성적인 목소리를 가진 팝발라드 가수로 여겨지고 있고, 그만큼 ‘No.1’은 파격적인 변신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No.1’은 ‘나가수’의 이소라에게는 변신일지언정 뮤지션 이소라의 변신은 아니다. 이소라의 앨범을 꾸준히 구매하고 콘서트를 찾는 팬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이소라의 또 다른 면일 뿐이다. 이소라는 자신의 내면에 있는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노래한다. 그만큼 그는 때로는 나직한 슬픔과 외로움을 노래하기도 하지만, 사랑의 상처와 아픔을 분노와 저주에 가까운 원망이나 헤어진 연인과 세상에 대한 냉소로 풀기도 한다. 그리고, 그 감정의 표현방식이 바로 록이다.

이소라의 록에 대한 이해와 음악적 성취는 정리하기 간단하지 않다. 혹자는 이소라가 3집 <슬픔과 분노에 관한>에서 록을 시도, 상업적으로 실패하면서 4집부터 과거의 팝발라드 가수로 돌아갔다고도 한다. 하지만 이소라는 <슬픔과 분노에 관한> 이후로도 끊임없이 강현민, 이한철, Sweetpea 김민규, 마이언트메리의 정순용 등 메인스트림과 인디를 아우르는 록 뮤지션들과 꾸준히 작업했다. 이소라가 오랜 시간동안 걸쳐 완성한 ‘이소라의 록’ 연대기를 들여다볼 수 있는 다섯 곡을 <10아시아>가 추천한다.



‘화’ - 이소라 2집 앨범 <영화에서처럼>, 1996
이소라가 자신의 앨범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얼터너티브 록. 이소라가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음반에서 격렬한 감정을 내보인 곡이다. 제목 그대로 화가 나서 소리 지르는 것 같은 창법으로 부른 노래는 한 사람의 정제되지 않은 분노를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이소라는 이 곡에 이어 본격적인 하드코어 록을 시도한 3집 <슬픔과 분노에 관한>에서 ‘너의 일’, ‘나의 일’을 모두 조규찬과 함께 작업한다. 극적인 곡 전개가 인상적인 ‘나의 일’과 ‘너의 일’은 이소라가 시도한 록 중 중 가장 무거운 디스토션 기타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운 곡이다. 이소라가 콘서트나 방송을 통한 여러 경로로 ‘나가수’ 사태에 대한 사과의 뜻을 표하는 최근의 모습과 ‘화’나 ‘너의 일’ 등에서 보여주는 예민함의 대비는 이소라를 오랫동안 지켜봐온 팬들에게 복잡한 마음을 안겨줄지도 모른다.

‘Curse’ - 이소라 3집 앨범 <슬픔과 분노에 관한>, 1998
3집 앨범 <슬픔과 분노에 관한> 중 ‘분노’ 파트의 포문을 여는 곡. 부활의 김태원이 만든 이 곡은 본격적인 록 사운드가 펼쳐지기보다는 일렉트릭 기타를 기반으로 한 김태원 특유의 서정적인 록발라드에 가깝다. 그러나 사랑이 이별로 변해갈 때의 감정 변화를 달콤함과 슬픔, 혹은 환희와 고통으로 딱 나눌 수 없듯 사랑의 기쁨이 이별의 상대방에 대한 분노로 변하가는 과정의 감정을 짚어내는데는 김태원의 서정적인 멜로디가 적격이었을 것이다. 보컬을 뒷받침하는 불안한 기타 사운드와 등골이 서늘해지는 ‘우울한 마음과 늘 불안함과 또 포기의 시간들이 네 운명이기를. 사랑할 때마다 일할 때마다 저 파멸로 향한 길이 네 앞을 밝히기를’이라는 가사는 ‘No.1’에서 이소라가 드러낸 분노에 가까운 저주의 전조를 말하는 것만 같다.


‘피해의식’ - 이소라 3집 앨범 <슬픔과 분노에 관한>, 1998
이소라는 이 앨범의 ‘분노’ 파트를 그 어떤 메이저씬의 앨범보다 강렬하고 무거운 하드코어 록 사운드로 채웠다. 바로 그 ‘분노’ 파트는 ‘피해의식’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조규만이 만든 이 곡은 록 특유의 질주감보다는 일정한 패턴의 드럼을 따라 리듬을 타는 이소라의 보컬을 만날 수 있다. 이소라의 목을 긁는 그로울링 창법 또한 이전까지는 만나볼 수 없었던 극단적인 것으로 이소라가 ‘No.1'에서 선보인 록 보컬에 놀란 시청자라면 ’피해의식‘부터 시작되는 ‘분노’ 파트에서는 크게 놀랄 일이 많다. 누구나 한번쯤 망상에 가까운 피해의식에 시달려 봤을 법한 그 지점을 예민하게 잡아낸 이소라의 가사 또한 일품이다.


‘tears' - 이소라 6집 앨범 <눈썹달>, 2004
러브홀릭스의 강현민이 작, 편곡을 맡은 곡. 이소라가 <슬픔과 분노에 관한>에서 록 이라는 장르 그 자체를 가져와 자신의 격렬한 감정을 드러냈다면 그 이후로는 곡의 한 요소로서 록을 사용해 자신의 감정의 폭을 넓히는데 사용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러한 변화는 4집 <꽃>의 ‘제발’에서도 엿볼 수 있다. ‘제발’의 후반부에 깔리는 강렬한 록 기타는 팝발라드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이소라의 감정을 더욱 애절하게 전달한다. ‘tears'는 ‘제발’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이 곡의 후렴구에서 깔리는 드럼 비트와 강렬한 기타 사운드는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어떠한 헤비메틀 사운드에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이 곡이 ‘제발’처럼 후렴구에서 폭발하는 팝발라드의 구성을 따라간 곡이 아니라 같은 멜로디를 계속 변주하며 반복하는 곡이라는데 특징이 있다. 이 곡의 감정을 이끌어 가는건 멜로디가 아니라 후렴구에서 터트리는 록 사운드인 셈이다. 'tears'는 이소라가 록을 자신의 곡 안에서 용해시켜 멜로디가 아닌 록 사운드만으로도 더 깊은 감정을 드러낼 수 있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track 9 - 7집, 2008
앨범 전체가 모던록으로 채워진 이소라의 7집 앨범에선 앞서 소개한 곡들 같은 록 특유의 공격성은 사라져 있다. 대신 이 앨범에서는 ‘제발’이나 ‘tears’와는 반대로 록을 이용한 곡이다. 앞의 두 곡이 팝발라드 안에서 록 사운드를 이용해 감정을 전달했다면 이 곡은 어쿠스틱 기타로 전체적인 모던록의 질감을 유지한 채 외려 팝발라드의 곡 구성을 빌려오고 있다. 앞뒤가 바뀐 것이다. 이소라는 2, 3집을 거쳐 6집에서 하나의 스타일을 완성했으면서도 안주하지 않고 7집에서 다시 새로운 실험을 시작한 것이다. 이 곡이 드러내는 감정도 기존의 곡과는 조금 다르다. 기존의 곡들이 스스로가 어떤 감정에 대한 묘사나 설명를 했다면 이 곡은 이소라가 가진 ‘감정’의 뿌리 자체를 드러낸다. ‘Hey you, don't forget 고독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살아가 매일 독하게 부족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흘러가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강하게 하고 평범한 불행 속에 살게 해’라는 가사는 이소라가 슬픔과 고독을 노래하는 시인일 뿐만 아니라 분노를 토해내는 로커이기도 한 이유를 설명한다.



10 아시아 글. 김명현 기자 eigh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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