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의 일일 예수금 현황을 모니터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시중은행의 경우 예수금과 대출 등 각 금융상품별로 매일 일보(일일보고) 형태로 현황을 들여다보고 있으나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이 같은 일일 현황 집계를 아예 하지 않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최근 저축은행에 대한 국민 불신과 불안이 커져 작은 사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감독당국은 예수금 현황마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대응이 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6일 아시아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시중은행은 하루에 한 번씩, 저축은행은 열흘에 한 번씩 (예수금 현황을) 보고 받는다"고 말했다. 왜 일일 집계를 하지 않느냐고 묻자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업계 나름의 사정이 있어서가 아니겠느냐"며 "저축은행감독국(前 저축은행서비스국)에서 집계하고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해당 부서에서도 업무고서 등을 통해 월별, 분기별 현황을 집계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일일동향이 파악되지 않는 것은 전산망이 나눠져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영업이 정지된 7곳을 제외한 98개 저축은행 가운데 60여곳의 중소형 저축은행들만 저축은행중앙회의 공동전산을 사용하고, 부산계열을 비롯한 솔로몬 계열, 한국계열, 현대스위스 계열 등 대형 저축은행들은 자체적으로 전산 시스템을 구축해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전체 저축은행의 일일동향을 파악하려면 자체 전산을 쓰는 저축은행들이 전화나 팩스 등의 방법으로 현황을 전달해야만 한다.
이에 따라 최근 예금인출 사태로 홍역을 겪고 있는 제일저축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대응이 한 박자 늦어지고 있다.
제일저축은행은 최근 임원의 금품수수 비리가 수사당국에 적발된 것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이틀간 총 1800억원의 예금이 빠져나갔지만 금감원은 하루 늦게 부랴부랴 해당 저축은행으로부터 보고를 통해 인출현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당시 부산저축은행과 대전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된 이후 계열사인 대전ㆍ부산2ㆍ중앙부산ㆍ전주저축은행과 보해ㆍ도민저축은행에서 대규모 인출이 있었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들 저축은행의 예수금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지 못해 대처가 늦어져 한참 후에서야 VIPㆍ친인척의 사전인출 여부를 파악할 수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일저축은행처럼 긴박한 상황에는 바로바로 보고를 하라고 종용해서 사태를 파악할 수 있으나 평상시에는 저축은행들로부터 자금동향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취약하고 저축은행들도 협조에 미온적이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근 저축은행 사태가 심각한 만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저축은행 사태로 예금주들이 불안에 떨고 있어 대규모 뱅크런이 수시로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금감원이 실시간으로 저축은행 현황을 파악하지 않는다는 것은 야구감독이 더그아웃(dugout) 밖에서 감독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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