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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주주권 강화 "갈 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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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압박용 의도 문제 있지만 '국민의 돈' 투명 경영 감시는 꼭 필요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국민연금공단의 투자 기업에 대한 경영권 강화 움직임이 가시회되고 있다. 투자 기업의 경영에 소극적인 '재무적 투자자'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경영개입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선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7일 "국민연금은 (보유지분에 대한 주주권 강화를 위해) 주요 지분투자 기업의 경영진들과 면담에 나설 필요가 있다"면서 "당장 실질적 기업 지배권자와 협의하거나 쟁점사항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점진적으로 영향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전날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 강화를 촉구하면서 "성실한 주주권 행사는 연기금 가입자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법적 기본의무"라며 "민법상의 기본원리일 뿐만 아니라 국가재정법에서도 규정한 의무"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국민연금은 이미 경영권 강화를 위해 관련 규정 정비에 착수했다. 지난 2월 기금운용위원회(위원장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에서 해외주식 의결권 행사기준을 신설하고 국내주식 의결권 행사기준을 강화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당시 기금운용위는 "해외주식 비중이 2008년 2.4%에서 2010년에는 6.1% 등으로 점차 늘고 있어 해외주식 의결권 행사를 위한 별도의 행사지침 세부기준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국내주식 의결권 행사기준에 준하는 지침을 신설했다.

국민연금은 또 기존에 있었던 국내주식의 의결권 행사지침의 일부 조항을 손질해 주주권을 강화했다. 대표적인 것이 국내주식의 의결권행사를 위해 외부 전문기관의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또한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위해 '주총 소집공고기간을 늘리는 안에 찬성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줄이는 안에 반대하는' 의무 조항을 신설했다.


아울러 은행 사외이사 선정의 기준이 되고 있는 '은행 등 사외이사 모범규준'에 단서조항을 신설해 은행 사외이사 선정 과정에 국민연금의 영향력을 강화했다. 또 투자 기업이 3% 이상 대주주의 의결권행사를 제한하기 위한 목적으로 감사 대신 감사위원회를 설치할 경우 반대할 수 있는 조항도 신설했다.


국민연금은 이 같은 조항 개정에 이어 최근 해외 의결권 행사 자문기관으로 미국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를 선정했다. 또 기업에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포커스 리스트(경영성과나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기업 명단)를 작성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포커스 리스트를 공개해 경영개선을 압박한 뒤 그래도 변화가 없으면 주식을 순차적으로 처분하는 것이다.


특히 국민연금은 주주권 행사 및 투자 시 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ESG) 원칙을 적용키로 했다. 이를 위해 기금운용본부 안에 ESG 관련 팀도 새로 만들었다.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주주권행사전문위원회 또는 책임투자위원회로 확대ㆍ개편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곽 위원장이 전날 언급한 '성실한 주주권 행사' 단계까지 가려면 최근 국민연금의 움직임은 아직도 한참 부족하다고 말한다.


해외 주요 연기금들이 지분투자 기업의 경영진과 정례적으로 협의하고, 이사후보를 추천하는 등 주주 제안은 물론 투자자 연대나 주주 소송, 입법 운동, 포커스 리스트 작성 등의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경영에 개입하는 것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강병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은 "기업을 경영할 때 과거에는 주주 이익이 먼저였지만 이제는 사회적 책임 즉, 지속가능 경영이 중요해졌다"며 "우리나라의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주가가 10%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식이 저평가되고 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려면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을 강화해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국민연금은 전 산업에 걸쳐 장기투자자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니버설 오너(보편적 소유주)"라며 "기업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나라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류 대표는 "기업의 재무구조는 일반 투자자들도 다 보지만 비재무적 부분은 살피기 힘들다"며 "비재무적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기업과 대화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역할은 연기금 등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ESG) 원칙에 입각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라자드펀드(일명 장하성펀드)와는 다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업과 대립해 각을 세우는 게 아니라 컨설팅 관점에서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 수준이 3~4년 전보다는 외형적으로는 많이 나아졌다고 평가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거나 유엔 책임투자원칙(PRI)에 서명하는 기업이 늘고 지속가능경영팀을 만든 곳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면에서는 주주의 단기 이익을 위한 경영문화를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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