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2 대책으로 추진됐으나 선거 앞두고 무산..가격통제 대신 시장논리에 맡겨야
<새내기 기자가 들려주는 부동산 상식>
[아시아경제 정선은 기자] # 경기도 고양시 일산 풍동에 사는 O씨는 높은 분양가로 곤란을 겪었던 경험이 있다. O씨댁은 현재 준공 15년차 아파트에 10여년 가까이 살고 있다. 사실 O씨는 3년 전에 인근 식사지구에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보금자리를 옮기려 했었다. 하지만 3.3㎡당 1400만~1500만원대를 호가하는 고분양가에 평수도 너무 넓어 마음을 접었다. 멋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지만 예상대로 서울이나 인근 일산 신도시 등에서 이사 온 입주자가 많았다. 너무 비싸 안 팔린 남은 집들은 전세난에 세입자로 채워졌다니 O씨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
“높은 분양가는 막았지만 되레 주택 공급을 줄였다”
아파트 분양가가 일정 수준 이상 되지 않도록 막는 분양가상한제의 양면성이다. 애초 이 제도는 치솟는 분양가를 규제해서 집값 안정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민간건설사들이 주택을 짓지 않자 오히려 공급부족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실수요자를 위협하고 있다. 3·22 대책에 민간 주택 공급증대를 위해 폐지가 추진됐지만 선거를 앞두고 국회에서 여야 간에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무산됐다. 이로 인해 시장논리에 맞지 않는 가격규제라는 비판에도 폐지에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분양가상한제는 민간건설사의 주택 공급을 확실히 줄였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 114에 따르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막바지 물량이 집중됐던 2007년 민간주택 공급은 22만9000가구에 달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8년에 14만5000가구로 민간 주택공급은 전년 대비 37% 가량 급감했다. 이후 2009년에 12만6000가구로 지난해에는 마침내 9만1000가구로 10만가구 벽까지 깨졌다.
집값 상승을 막는다는 취지로 도입된 정책은 되레 실수요자들을 공급부족에 시달리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민간건설사들은 가뜩이나 입지와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보금자리주택으로 이해 주택 공급시기를 미뤄왔던 터였다. 부동산 경기침체까지 가중되니 신규 분양에 선뜻 나서는 민간 건설사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민간주택 공급을 늘리고자 3·22대책의 하나로 추진된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불발됐다.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로 여야가 모두 유권자들을 의식해서다. 가격규제로 민간 주택공급이 위축됐다는 지적에도 건설업체의 민원을 들어줬다는 위험부담을 지려 하지는 않았다.
분양가상한제의 가장 큰 맹점은 시장논리와 맞지 않는 가격통제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상승하는 호황기에는 집값 안정 정책이었지만 불황기에는 되려 공급부족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본형 건축비라는 상한선이 정해지니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이익극대화에 어긋나면 짓지 않으려 해서다.
여기에 분양가상한제와 연동된 전매제한, 재당첨 금지조항은 자유로운 매매거래를 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내의 민간택지의 경우 1~3년의 전매제한이 적용된다. 재당첨 금지로 새 아파트를 청약하고 5년 안에는 신규 아파트 청약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되면 재개발·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일부 분양가 상승이 염려되는 면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이로 인해 분양가 상한제는 폐지냐, 유지냐를 두고 대립적인 논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선은 기자 dmsdlunl@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