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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단상]박정은의 미술로 세상 읽기-모네의 풀밭 위의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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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단상]박정은의 미술로 세상 읽기-모네의 풀밭 위의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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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마네의 '풀밭위의 점심'과 매우 흡사한 구도의 이 그림은 모네가 공식 살롱전에 출품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마네의 작품이 가져온 파문을 고려해서인지 논란이 될 만한 구성은 피하고 야외에서 느긋하게 소풍을 즐기는 신사, 숙녀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모네의 작품은 우아하고 정숙합니다.


마네의 그림이 뭔가 거칠고 도발적인 느낌을 주는데 반해, 모네의 작품은 조용한 가운데서도 정숙하며 섬세하다는 느낌입니다. 마네의 그림에서 묘사된 흐트러진 과일 바구니도 모네의 작품에선 식탁보를 깔고 준비해온 음식들을 가지런히 차려놓은 정갈한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긴 야외드레스를 차려입은 여인들은 더없이 단아한 모습이고, 동료 화가들을 모델로 삼은 남자들도 전형적인 신사의 면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모델에서 구도에 이르기까지 마네의 그림과는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마네의 그림이 다소 도전적이고 반항적이라면, 모네의 그림은 모범적이고 정돈된 느낌을 줍니다.


서 있는 남자는 모네의 후원자이자 동료 화가인 절친 프레데리크 바지유이고, 앉아 있는 남자는 덥수룩한 수염에 비추어 당대의 사실주의자 쿠르베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네가 공들여 완성한 이 작품은 체납한 집세에 대한 담보로 집주인에게 건네졌고, 이로 인해 몇 년 후 모네가 이 그림을 넘겨받았을 당시에는 이미 곰팡이로 그림의 일부분이 훼손되었다고 합니다.


인상파의 거목 모네는 생전에 마네와 친분이 매우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래 사교적인데다 원만한 성격의 모네는 르누아르, 바지유, 드가 등 인상주의 계열의 화가들과 평생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마네처럼 도발적이지도, 세잔처럼 고집스럽고 폐쇄적이지도 않은 미술계의 신사 모네는 특유의 넉넉한 인품 때문에 예민하고 까다로운 화가들도 믿고 의지할만한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과묵하고 고집스런 세잔은 당대 최고의 화가로 서슴없이 모네를 지목하고 있으며, 화가의 초상화는 잘 그리지 않던 마네도 모네의 선상 작업실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을 정도입니다.


평생에 걸친 마네와 모네의 우정은 마네 사후에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19세기말 미국에서 진행되었던 한 경매에서 마네의 작품인 '올랭피아'가 미국인에게 팔릴 것을 염려한 모네는 자신의 사재를 털어 작품을 구입하여 국가에 귀속시킵니다. 이후 마네의 작품들이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되도록 온갖 노력을 기울였고, 그러한 모네의 노력은 결실을 맺어 오늘 날 '올랭피아'나 '풀밭위의 점심' 같은 마네의 대표작들은 오르세 미술관으로 옮겨져 그곳의 간판급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스포츠투데이 강승훈 기자 tarop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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