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FC서울에게 지난 3월은 잔인했다. '최대 라이벌' 수원 삼성과의 개막전에서 패배하며 자존심을 구긴 것은 차라리 견딜 만했다. 전남 드래곤즈전 0-3 대패에는 '디펜딩 챔피언'의 존엄마저 짓밟혔다. 어느덧 리그 순위는 최하위로 곤두박질쳤다. 황보관 신임 감독 역시 고개를 들지 못했다.
반전의 초석은 4월 순풍과 함께 찾아왔다. 2일 전북 현대와의 맞대결에서 3-1로 쾌승했다. 그동안 부진했던 '데몰레션 듀오' 데얀-몰리나의 활약이 원동력이었다. 데얀은 2골을 몰아쳤고 몰리나도 1골 1도움으로 힘을 보탰다. 지난달 15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항저우전 이후 20여 일만의 동시 득점이자 둘 사이의 불화설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한 활약이었다.
무엇보다 몰리나가 제자리를 찾았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 올 시즌에도 왼발의 날카로움은 여전했다. 다만 적응이 문제였다. 무엇보다 제 포지션 찾기가 어려웠다. 처진 공격수, 왼쪽 미드필더를 거쳤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황보 감독은 전북전 당시 몰리나를 데얀과 함께 투톱으로 세웠다. 수비부담을 줄여주는 대신 공격력을 강화시키려는 목적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동안의 겉돌던 모습은 줄어들었고 팀플레이에 서서히 녹아들기 시작했다. 데얀도 몰리나의 활약 덕분에 상대의 집중견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난주 부산 아이파크전에서도 득점은 없었지만 둘의 조합에 황보 감독은 합격점을 내렸다.
호흡도 좋아지고 있다. 데얀과 몰리나는 K리그 최고수준의 외국인 선수임에 틀림없지만 발을 맞춰본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데얀은 "정조국(AJ오세르)과는 오랫동안 발을 맞췄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몰리나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 시간이 지날수록 '데몰리션 듀오'의 위력은 배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6일 오후 5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울산 현대와의 맞대결은 이들에게 또 한 차례의 시험무대가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리그 12위에 처져있는 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승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국가대표급'의 화려한 진용을 갖춘 울산은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2연승을 달리고 있다. 곽태휘-이재성이 이끄는 수비라인도 결코 만만치가 않다.
특히 동료 공격수 이승렬이 연습 도중 코뼈 골절 부상을 당해 3주간 결장이 불가피하다. 그만큼 최전방에서 데얀과 몰리나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몰리나는 울산전에 대해 "다른 건 생각할 필요도 없다. 홈에서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며 각오를 밝혔다. 더불어 "적응은 이미 끝났다. 그동안은 팀이 더 강해지기 위한 진통에 불과했다. 지켜봐 달라"며 앞으로의 선전도 다짐했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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