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4ㆍ27 전남 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민주당을 탈당한 예비후보들이 대거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7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무소속으로 당선되더라도 복당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민주당 내부 방침도 소용없었다. 무소속 후보의 난립과 무늬만 야권연대 논란은 순천 선거의 최대 변수가 됐다.
순천 보궐선거에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후보를 내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했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야권연대와 내년 총선ㆍ대선을 위해 무공천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렇다보니 투표용지 첫 칸에는 '기호5번'이, 그 뒤를 이어 8번~13번이 기록되는 이상한 선거가 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당 책임정치를 외면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이 야권연대를 위해 순천을 양보하면서 민주노동당 사무총장 출신의 김선동 후보가 단일후보로 등록했다. 야권연대 협상 타결과 함께 마지막까지 민주당 공천을 기대했던 무소속 후보들이 대거 탈당하면서 경쟁률을 더욱 치열해졌다. 무소속 출마 후보자는 모두 6명으로 구희승 변호사, 김경재 전 의원, 박상철 경기도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조순용 전 청와대 정무수석, 허상만 전 농림부 장관, 허신행 전 농림수산부 장관이다.
민주당 출신 무소속 후보들보다 인지도가 낮은 김선동 후보는 야권 단일후보임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민노당의 간판스타인 이정희 대표와 강기갑 의원이 사활을 걸고 있고, 17일에는 정동영ㆍ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이 지원 유세를 할 예정이다. 민노당은 두 차례에 걸친 민주당 지도부의 지원으로 지지율을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소속 후보들은 저마다 '민주당 복당'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명과 기호 2번을 사용하지 못하지만 '텃밭' 프리미엄을 최대한 누리겠다는 것이다. 조순용, 허상만 후보 등은 민주당 소속 시ㆍ도의원들의 지지선언을 이끌어내며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선거가 치열해지면서 막판 무소속 연대 가능성도 나온다. 이미 후보 등록을 마친 상황이어서 단일화 가능성은 낮지만 극적으로 성사될 경우 조직력에서 앞선 무소속 후보가 판세를 뒤흔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다보니 '무늬만 야권연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무소속 조순용 후보 사무소 방문이 대표적이다. 박 원내대표 측은 "개인적인 인연으로 잠시 들렸고 무소속 공천을 이해해달라는 주문을 했다"고 선을 그었으나, 시ㆍ도의원들에 이어 중진까지 무소속 후보를 지원하는 모습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낙연 민주당 사무총장은 "지극히 개인적인 방문이었을 것"이라며 "그렇다 하더라도 권장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달중 기자 dal@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