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50세 남성 환자가 병원을 찾았다. 소변을 볼 때마다 시원하지 않고 밤에 자다가도 소변 때문에 깨고 소변을 봐도 개운치가 않다는 것이었다. 종종 날씨 좋은 주말이면 등산을 했었지만 이마저도 부담스럽다고 하소연이다.
보통 산을 오르려면 3~4시간 이상 걸리는데 산을 오르는 도중 갑자기 소변이 찔끔 새나오거나 소변이 자주 마렵고 소변이 마려우면 참기 힘들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정작 화장실에 가도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이기도 하다. 전형적인 전립선 비대증 증상이다.
전립선은 남성의 생식 기관 중 하나로 정액의 20~30%를 생성하고 있다. 방광 바로 밑에 위치하며 가운데에 요도가 지나간다. 40대 이후부터 전립선이 커지기 시작하며 대부분은 남은 일생 동안 계속 성장한다. 이때 전립선이 커지면서 가운데 지나가는 요도를 눌러 소변 보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정상적인 전립선 크기는 20g 정도인데 보통 학계에서는 30g 이상부터 전립선 비대증으로 진단하고 있다. 40대 남성 중 40%, 50대는 50%, 60대는 60%가 전립선 비대증 환자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나이가 올라가면서 유병률도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대한비뇨기과학회가 전립선 비대증의 예방과 관리를 알리기 위해 ‘블루애플 캠페인’(사진)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립선 비대증 환자의 삶의 질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립선 비대증 환자가 정상인보다 우울증이 3.8배 높고 18.7%는 업무 능률이 떨어진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립선 비대증으로 인한 성생활 만족도도 정상인에 비해 3배나 낮을 뿐만 아니라 17.2%는 성 관계 빈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전립선 비대증은 단순히 소변을 보기 불편한 질환이 아니라 정서, 성 생활, 업무 능률 등에서 심각하게 영향을 끼치는 질환이다.
그러면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전립선 비대증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 아닌 만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1차적인 치료의 목적이다. 대한비뇨기과학회가 전립선 질환이 증가하는 50대 이상 남성 500명을 대상으로 전립선에 대한 인식과 관심 정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정상 전립선 크기를 모른다’(92.8%), ‘자신의 전립선 크기를 모른다’(95%)고 답변했다.
즉, 우리나라 남성들의 전립선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지나칠 정도로 낮다는 얘기다. 전립선 비대증 치료는 건강 혈압을 아는 것처럼 자신의 전립선 크기를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미 전립선 비대증으로 진단을 받았다면 즉각적이고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 전립선 비대증은 약물 치료부터 수술요법까지 다양한 치료 방법이 있는데, 약 80%가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다.
대표적으로는 전립선 크기 자체를 줄이는 5-알파환원 효소 억제제와 전립선과 방광경부 긴장도를 부드럽게 하는 알파차단제가 있다. 약물 치료의 효과가 없거나 반복되는 급성 요폐, 재발성 요로 감염, 전립선이 원인인 반복성 혈뇨, 신기능 저하, 방광결석이 동반된 경우에는 수술 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전립선 비대증은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전립선 크기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치료가 필요하다. 의학적 검증이 안 된 식품의 섭취를 피하고 약품에 의존하거나 노화로 인한 당연한 증상으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비뇨기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서 건강한 전립선을 오래오래 유지해야 한다.
이규성 대한비뇨기과학회 홍보이사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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