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지난달 28일 장충동 신라호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출범 30주년을 맞아 5대 비전을 발표했다. 그 핵심은 10개 구단 체제 확립. 2014년까지 틀을 만든 뒤 팀당 144경기, 총 1720경기를 치르겠다고 공언했다. 더 넓게는 2020년까지 12개 구단으로 구성된 양대 리그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출발은 순조롭다. 지난달 31일 창원 연고의 엔씨소프트가 창단을 공식 선언했다. 구단은 빠르면 2013년, 늦어도 2014년까지 1군 리그에 참가할 계획이다. 문제는 제 10구단. 소문만 무성할 뿐,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 물망에 올랐던 수원의 추진 속도는 그야말로 서행이다.
사실 KBO에게 수원은 이상적인 도시다. 인구 100만 명을 넘어야 한다는 기준을 충족한다. 최근 통계서 드러난 수는 106만 4951명. 임시였지만 현대 유니콘스를 통해 연고지 경험마저 쌓았다. 1만 4천명 수용의 야구장은 덤.
수원시의 의지는 다부지다.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창단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엔씨소프트 야구단 출범 뒤 이는 더 굳어졌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 중”이라며 “경기도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겉보기는 다르다. 지지부진하다. 지난 1월 수면 위로 떠오른 뒤로 큰 걸음을 내딛지 못했다. KBO와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지 못한 까닭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당초 엔씨소프트 출범 뒤인 3, 4월 중 사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다”면서도 “아직 제안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한 야구관계자는 “예산 등의 세팅이 완료됐다면 먼저 만남을 제안했을 것”이라며 “테이블 마련은 언제든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원시는 창단 분위기 조성에서 창원시와 큰 차이를 보인다. 시민사회 여론 조성은 거의 전무. 겉으로 드러내는 출범 의지 역시 미약하다. 프로야구 유치위원회 결성까지 유도한 창원과 상반된 행보다. 이에 다른 야구 관계자는 “행정적인 검토에서 유치 계획이 멈춘 듯 보인다”며 “진짜 희망은 하는 건지 의심마저 든다”고 밝혔다.
수원시는 이를 다른 출발선상으로 생긴 오해라고 주장한다. 한 관계자는 “창원은 지난해 7월 마산, 진해를 통합시키며 구심점의 도구로 야구를 택했다. 정부 예산도 받았다”며 “수원과 전혀 다른 조건에서 창단을 준비했다고 봐야 옳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로 “장기적인 눈을 갖고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창단의 대략적인 틀은 마련했다. 가장 큰 걸림돌인 야구장 재건축비 예산을 약 2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수원시는 이를 모두 부담하지 않는다. 경기도와 스포츠 토토로부터 각각 1/3씩을 지원받을 계획이다. 물론 여기에는 KBO로부터 프로야구 제 10구단 연고지로 지정받는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이에 수원시 관계자는 “올해 안에 연고지 문제를 반드시 해결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기업 유치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류는 벌써부터 이상 조짐을 보인다. 물망에 올랐던 중견건설업체 부영건설의 프로야구단 추진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부영건설 홍보팀은 “무산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야구단 창단을 검토조차 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며 “수원시 측에서 뜬소문을 흘려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런 말을 꺼낸 적이 없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수원시 관계자는 “부영건설은 적합한 후보가 아니다”라며 “엔씨소프트 같은 소비성 있는 젊은 기업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