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자의 자살예방 위해 서울북부고용센터와 협약 맺어 12일 부터 우울증 검사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지난 7일 카이스트 학생이 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네 번째다.
또 지난 1일 부산에서는 쌍용차 희망퇴직자 조모씨가 스스로 삶을 포기했다.
올 1월에는 서모씨가 생계난을 못이겨 자살했다.
2009년 쌍용차의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자살하거나 돌연사한 노동자와 가족은 무려 15명에 이른다.
녹색병원 등이 지난달 쌍용차로부터 구조조정된 노동자 193명의 정신건강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이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을 겪고 있다.
또 52.3%가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를겪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앞으로도 이들 중 누가 언제 또 생을 포기한 비보를 전해올 지 알 수 없는 안타깝고 절박한 상황이다.
2009년 우리나라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 당 28.4명으로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썼다.
이는 2위인 헝가리의 19.6명 보다 무려 9명이나 많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자살예방에 대한 실질적인 종합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노원구가 솔선해 자살예방에 세부적인 대책 마련과 주민대상으로 실질적인 우울증 검사 등을 실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노원구(구청장 김성환)는 실직자의 정신건강 증진과 자살예방을 위해 서울북부고용센터와 협약을 맺고 12일부터 실직자를 대상으로 우울증 선별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구가 그간 자살예방을 위해 자살원인에 대한 분석을 해왔다.
결과를 보면 1위는 신병비관에 의한 것으로 55.8%로 나타났다. 다음은 생계곤란으로 18.1%를 차지했다.
특히 우울증에 의한 원인은 전 연령대에서 고르게 높은 자살원인으로 분석됐다.
또 직업별로 조사결과 무직과 일용직이 413명으로 전체 557명 중 74.1%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자영업과 회사원이 13.1%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가장 경제 활동이 왕성해야 할 20~50대 중 무직과 일용직이 320명으로 전체 무직자의 57.4%에 달했다.
노인자살은 전체 자살의 30%의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원인으로는 1위 신병비관, 2위 생계곤란으로 두가지 원인이 84.1%로 가장 높은비율을 차지했고 우울증, 가정불화 순으로 나타났다.
구가 이런 자살 원인을 분석한 결과 우울증이 전 연령대에 고르게 높은 원인으로 나타난 것에 착안, 자살예방을 위해 구가 직접나서 구민 15만3000명에 대한 대대적인 선별검사를 실시키로 한 것이다.
◆자치구가 나서 자살위험 조기발견을 위한 우울증 검사 실시
우울증 선별검사는 서울북부고용센터에 실업급여를 신청한 구민을 대상으로 매일 실시할 방침이다.
또 노원정신보건센터에서 검사결과를 분석 후 증세에 따라 건강군 관심군
주의군으로 나눠 각 대상별로 맞춤형 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
한편 구는 실직자 외에도 지난달부터 홀몸노인 1만1000명과 국민기초생활수급자 2만2000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선별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홀몸 노인은 통장 669명이 방문, 조사하고 수급자에 대한 검사는 동주민센터 사회복지사가 맡는다.
이를 위해 구는 지난해 말 통장을 보건복지도우미로 역할을 추가하는 통장 조례를 개정했다.
조사결과 자살 위험성이 높게 나타난 홀몸 노인들은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1:1 멘토 등 정서적 지원을 해 줄 생명지킴이(Gate-Keeper) 자원봉사자를 연계할 계획이다.
또 기독교 불교 천주교 등 종교단체를 대상으로 영성이 풍부하고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은 교인을 생명지킴이 자원봉사자로 모집한다.
수급자의 경우 동 주민센터 사회복지사가 직접 사례관리를 해 자살위험군을 돌 볼 계획이다.
구는 지난해 10월 수요자 중심의 찾아가는 복지의 실현을 위해 구청 직원 37명과 동 자체 행정인력 18명 총 56명을 복지인력으로 증원 배치했다.
이로 인해 사회복지사들이 위기가정 또는 틈새계층에 대한 현장조사와 사례관리가 가능해졌다.
일반 주민들도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마음건강 상담의 날'에 전화예약 후 각 동 주민센터를 방문하면 우울증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상담은 노원정신보건센터 정신보건전문요원 19명이 각 동에 출장,실시한다.
◆지역사회 민·관 협력을 통한 자살예방
구는 지역 사회내 민,관 협력을 통한 자살예방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보건소 내 생명존중팀을 신설했다.
이어 12월에는 전국 자치구 최초로 '생명존중 문화 조성 및 자살예방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또 자살시도자 등 자살 위험군에 대한 조기대응과 사후관리를 위해 지난해 10월 상계백병원 을지병원 원자력병원과 노원경찰서, 노원소방서와 올 2월에는 노원구의사회 한의사회 치과의사회 약사회와 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지역내 전 응급기관과 협력, 자살위기시스템을 구축헀으며 각 기관공조로 현재 병원 응급실에 실려온 자살시도자 20명에게 사후관리서비스 동의를 받았다.
이를 토대로 정신보건센터에서는 자살재시도 예방을 위한 집중 사례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또 초 중 고 학생의 정신건강과 자살예방을 위해 지난해 10월 서울북부교육청과 MOU를 체결했다.
이를 계기로 지역내 학교를 대상으로 생명존중교육과 우울증 선별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또 학부모들에게도 학생 우울증 예방교육을 오는 5월경 시행할 계획이다.
한편 구는 지난 1월에 구 생명존중사업 사업방향과 정책에 대한 자문과 관심을 도모하기 위해 각 계 전문가로 구성된 생명존중위원회를 발족했다.
위원회는 김성환 구청장을 비롯 구의원 경찰서장 소방서장 서울북부교육지원청장 지역내 응급병원장 교수 등으로 구성했다.
현재 위원들은 지역사회내에 생명존중문화를 조성하고 자살을 예방을 위해 각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통한 관심과 배려 도모
구는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통한 구민의 관심과 배려를 도모하기 위해 생명존중인식 개선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월과 3월 두차례에 걸쳐 생명존중사업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 구청 과 복지관 사회복지담당 직원, 통장들을 대상으로 생명존중 실무 교육을 했다.
또 민방위 교육 등 구민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공개강좌와 행사시생명 존중에 대한 교양강의를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이외도 온,오프라인을 통한 생명존중 캠페인으로 구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낼 구상이다.
이를 통해 생명존중(자살예방)가치를 실현하고 해체됐던 공동체 회복으로구민들의 보편적 삶의 질을 높여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모든 행정력을 동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구 인구 10만명 당 29.3명인 자살률을 2013년까지 절반 수준인 15명으로 줄이고 2017년까지 OECD 평균인 11명을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김성환 구청장은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은 우주를 살리는 것과 같다"며 "자살예방 사업에 관련된 모든 분들이 내 가족을 살린다는 마음으로 한 뜻이 되어 힘을 합친다면 자살률은 반드시 줄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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