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영국 은행독립위원회(ICB)가 중간보고서를 통해 영국 은행권 개혁안의 대강을 공개했다. 당초 예상됐던 투자은행 분리 등 강력한 조치가 빠지고 주요 은행들에 대해 자본 확충과 예금자보호 조치 강화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ICB는 주요 은행들에게 핵심 티어1비율(핵심 자기자본비율)을 10%로 늘리도록 권고했다. 이는 ‘바젤 III’ 협약의 최소 티어1비율 7%보다 강화된 것이다. 또 금융위기 재발시 중소기업 대출시스템과 개인 예금자를 보호하기 위한 ‘링-펜스’를 도입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는 지난 세계금융위기 당시 주요 은행들이 투자은행부문 부실화로 소매금융까지 경색됐던 전례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강도 높은 은행권 구조조정 안을 연구하기 위해 ICB를 설치하고 영국은행(BOE) 수석이코노미스트와 공정거래청장을 역임한 존 빅커스 경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바클레이즈, HSBC,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등 주요 대형은행들은 ICB가 투자은행 부문의 분리와 금융권 지분보유 제한 등 전격적인 대수술을 권고할 것을 우려해 왔다. 특히 세전수익의 80% 가까이를 투자은행 부문에서 내는 바클레이즈의 경우 투자은행 분리의 타격은 크다. 바클레이즈와 HSBC는 투자은행 분리를 요구받을 경우 해외로 본사를 이전하겠다면서 강하게 반발해 왔다.
하지만 예상보다 완화된 결과에 따라 영국 대형은행들은 우려했던 것보다 낮아진 수위에 안도하고 있다. 은행권은 금융권 구조조정 조치에 최대 50억 파운드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해 왔으나 이 역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로서 영국의 이번 금융권 개혁안은 은행 자기자본비율 요구조건이 더 강화됐다는 점을 제외하면 대체로 미국의 금융개혁안과 비슷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적 로펌 클리포드찬스의 사이먼 글리슨 매니징파트너는 “ICB 권고안은 미국에서 지난 10년간 꾸준히 제기됐던 은행 투자금융을 소매금융분야와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의 되풀이”라고 말했다.
ICB는 오는 9월 최종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리처드 리드 국제금융규제센터(ICFR) 수석연구원은 “대형은행들이 본사를 어디에 둘 지는 정부의 규제와 권고보다 장기적인 시장성장성과 경영전략이 결정적이다”면서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일부 은행들이 우려했던 것처럼 본사를 해외로 이전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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